미국 프로농구(NBA)의 ‘살아있는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의 사망 원인이 갑자기 짙어진 안개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뉴욕 타임즈 등 주요 외신들이 27일 (현지 시각) 밝혔다. 조사관들은 기상 악화에도 불구하고 낮은 고도로 난 것이 화근이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사관들이 코비 브라이언트 헬기 추락 사고의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브라이언트는 지난 26일 13세 딸 지아나의 농구 경기를 위해 헬기를 타고 가던 중 캘리포니아 주 칼라바사스에서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사고 당시 조종사를 포함한 9명 전원 사망했으며 사망자 중 브라이언트의 둘째 딸인 지아나가 포함돼 안타까움을 샀다.

현재 미 연방항공청(FAA)와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사고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NTSB는 쉽게 오염될 수 있는 증거물까지 고려해 사고 현장 전방 약 150m에서 180m까지의 범위 내에서 빠르고 꼼꼼하게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27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조사반은 기기 결함까지 포함해 모든 추락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수집된 증거와 증언을 토대로 분석해 보면, 사고 헬기가 갑작스럽게 짙어진 안개에도 낮은 고도로 비행하다가 추락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헬기가 이륙한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았을 당시 가시 거리는 4km로 주행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기상 악화로 안개가 짙어짐에 따라 LA 경찰국도 헬기 주행을 잠시 제한할 정도로 시계가 나빠진 것이 밝혀졌다.

뉴욕 타임스(NYT)는 이런 상황에서도 사고 헬기 조종사가 기수를 돌리거나 근처 공항에 잠시 경유하지 않고 비행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시 조종사는 관제소에 지속적으로 위치를 추적해 다른 물체와 충돌을 피하도록 해주는 '비행추적'을 요청했으나 위치 추적이 불가능할 정도로 비행 고도가 낮아 도움을 못 받았다고 NYT는 전했다.

사고 지점인 칼라바사스 근처 교회에서 당시 주일 예배를 드리고 나왔던 한 목격자는 기체 결함은 없어 보였다고 전했다. 헬기 소리는 정상적이였지만 "너무 가까이 들렸다"며 너무 낮게 주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조종사가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것처럼 보였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는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충돌음과 함께 엔진 소리가 멈췄다"고 말을 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증언을 토대로 사고 헬기가 짙어진 안개로 인해 정확한 위치 파악을 하지 못해 앞에 있는 산맥을 보지 못하고 충돌한 것으로 보고 있다. .

해당 헬기 조종사는 전직 비행 교관 출신으로 무사고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짙은 안개와 같은 악천후에도 비행할 수 있는 면허를 이미 받은 상태였다. 브라이언트와도 여러 번 같이 비행한 적이 있는 베테랑이였다고 주변인들은 진술했다.

브라이언트 또한 은퇴하기 이전부터 경기 참여를 위해 헬기를 타는 것이 일상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추락 현장에서는 헬기 잔해 수습과 함께 사고 원인 조사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날 시신 3구가 수습됐다. 수습된 시신의 신원은 현재 파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