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촛불연대, 신고는 '촛불문화제'… 구호는 '윤석열 사퇴' '총선 승리'
서울시, 1차 촛불문화제 이어 2차 촛불문화제도 '일단' 승인
정치색 논란 반복…서울시 "광화문광장 관련 대책 논의 중"

"총선은 한일(韓日)전!"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2020 광화문탈환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서울시의 광장 사용 허가를 받은 ‘문화제’였지만 집회에선 "윤석열(검찰총장)은 사퇴하라" "토착왜구 청산하라" 등 정치 구호가 터져 나왔다. 집회 주최 측은 "윤석열은 국민을 배신한 반역자이자 추악한 범죄자"라거나 오는 4월 총선에서 ‘진보 진영이 승리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쏟아냈다.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와 검찰개혁 등을 촉구하는 '2020 광화문탈환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집회를 주최한 단체는 국민주권연대와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민족문제연구소,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등 30여 개 진보 성향 단체가 소속된 ‘광화문 촛불연대’. 서울시는 다음달 1일 이 단체가 광화문 광장에서 열기로 한 ‘2차 촛불문화제’도 최근 승인했다.

‘1차 촛불문화제’ 당시 서울시는 집회를 승인한 뒤 집회 당일 정치적 성향이 짙으면 추후 사용을 제재하는 방식으로 조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번에도 "승인 후 사후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정치색을 띤 행사는 불허한다’는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사용 방침이 좌파 단체에만 느슨하게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광화문촛불연대가 ‘촛불문화제’를 열고 “윤석열 사퇴”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문화제'로 승인받고…"토착왜구당 영원히 추방" "정치검찰 척결" 발언 쏟아내
서울시는 집회 주최 측이 다음달 1일 '2차 촛불문화제'를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열겠다는 사용신청서를 지난 23일 승인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주최 측은 지난 14일 신청서를 내면서 행사명을 '민주개혁, 세월호 진상규명, 역사바로세우기 2차 촛불문화제'로 적어냈다. 행사 내용도 '노래, 공연, 자유발언 등 문화제 진행'이라고 했다.

이 단체들은 지난 11일 열린 ‘1차 촛불문화제’ 때도 같은 내용의 사용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주최 측은 당일 성명서를 내고 "검찰과 자한당(자유한국당)은 이익집단의 대변인에 불과하다" "윤석열(검찰총장)은 이제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국민을 배신한 반역자이자 추악한 범죄자일 뿐" 등 정치적 발언을 쏟아냈다. ‘윤석열 당장 사퇴’ ‘정치검찰 척결’이라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2차 촛불문화제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이들은 서울시의 광장 사용 허가를 받기도 전인 지난 18일 온라인 홍보물을 포털 다음 카페에 공지했다. 행사명은 사용 신청서와 달리 ‘2.1 광화문탈환 촛불문화제’였다. "검찰개혁, 정치검찰 선거개입 저지!" "총선은 한일전! 민주개혁 완전승리" 등의 구호도 제시했다.

광화문 촛불연대는 지난해 11월 "수구세력에게 빼앗긴 광화문광장을 되찾겠다"며 30여 개 좌파 성향 단체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국민주권연대와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민족문제연구소 등이 포함됐다. 친북·반미 성향 단체인 국민주권연대는 지난 2018년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위한 ‘백두칭송위원회’ 결성을 주도했다. 지난해 12월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를 겨냥한 ‘참수(斬首) 경연대회’를 열어 논란을 빚었다. 대학생 운동권 단체인 대진연도 김정은 서울 답방 환영 대회를 주도했고, 지난해 10월엔 주한미대사관저 무단 침입 시위를 벌였다.

광화문촛불연대가 다음달 1일 광화문 북측광장에서 ‘광화문탈환 촛불문화제’를 연다고 공지했다.

◇서울시 "무조건 금지할 순 없어"...이번에도 '선(先)승인, 후(後)제재'
그간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내 정치적 성향의 집회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서울시 광화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시민들의 건전한 여가선용'이나 '문화활동'을 위해서만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 11일 1차 촛불문화제를 하가하면서 "승인 후 문제가 생기면 사후 조처하겠다"고 했다. 이후 정치 구호가 나오자 "당일 서울시 공무원이 직접 보고 통지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사용금지 통고 등이 어렵다"고 입장을 바꿨다. 서울시 광화문광장 홈페이지에는 ‘신청된 계획서와 달리 행사가 진행될 경우 조례에 의거 향후 사용허가가 제한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그리고 2차 촛불 문화제를 다시 승인하면서 "광장 사용 신청 허가가 나기도 전에 온라인 홍보물을 배포한 행위 등에 대해서 별도로 주의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서 열린 촛불문화제 내용에 대한 지적이 있기는 하지만 조례에 따라 무턱대고 광장 사용을 제한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반면 서울시는 지난해 5월 자유한국당이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정부 규탄 집회를 열려 하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며 집회를 막았다.

서울시 측은 일단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와 맞물려 종합적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례의 문장을 한두 개 고치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인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며 "광화문광장 주변 주민들의 의견을 계속 수렴하는 과정에서 명확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