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장 받은 한국당 공천관리위원들 - 김형오(앞줄 가운데)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과 공천관리위원들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가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석연 전 법제처장, 김 위원장, 이인실 전 통계청장. 뒷줄 왼쪽부터 박완수 한국당 사무총장, 엄미정 일자리위원회 전문위원, 조희진 전 서울동부지검장.

자유한국당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가 설 연휴를 마치고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들어간다.

공관위는 지난 23일 첫 회의에서 당헌·당규 검토와 함께 대략적인 운영 로드맵을 마련한 데 이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에도 2차 회의를 연다. 이번 공관위는 야권 통합 등과 맞물려 당초 예정보다 보름가량 늦게 출범한 만큼 속도감 있는 공천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한국당은 4·15 총선을 겨냥해 일찌감치 '현역 의원 50% 물갈이' 목표치를 제시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버림'(인적쇄신)과 '채움'(인재영입·통합)의 절묘한 조합이 필요하다는 말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공관위는 첫 단계로 '컷오프'(공천 배제)를 통해 인적쇄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음 달 5일까지 진행되는 총선 후보 공모가 마무리될 때까지 컷오프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컷오프 기준은 여론조사, 의정활동 평가 등 다양한 지표를 반영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기획단이 제안한 공천 부적격 판단 기준도 공관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총선기획단은 입시·채용 비리 등 이른바 '조국형 범죄'를 비롯해 병역·국적 비리(고의적 원정출산) 등에 자녀나 친인척 등이 연루됐을 경우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기로 한 바 있다.

이후 컷오프에 따라 공천 배제자가 정해지면 지역별 공천 순서와 함께 전략공천 지역이 결정된다.

선거전략에 따라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등 강세지역인 영남권부터 물갈이가 시작될 가능성이 거론되며, 여당과의 '수도권 빅매치' 구도를 구현할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또한 공관위는 후보 공모에 이어 곧바로 서류 심사 및 면접 심사에 나선다. 이때 컷오프와는 별개로 공천이 불가한 후보군도 심사에서 제외된다.

아울러 영입 인재 활용 방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제시한 '한국형 완전 국민경선제'를 구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의 국민경선제가 지명도가 높고 조직을 갖춘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했다면 김 위원장이 언급한 한국형 국민경선제는 청년과 정치신인의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목적이다. 총선기획단에서 논의한 청년·정치신인 가산점제와 함께 이들에게 유리한 파격적인 경선룰 개정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야권통합은 공관위 작업의 막판 변수로 꼽힌다. 통합신당 또는 범보수 통합선거대책위원회가 꾸려질 경우 넓어질 인재풀을 감안해 공천작업의 속도 조절도 예상된다.

공관위 출범을 전후로 '영남권 물갈이론'과 '세대교체' 여론이 일자, 당내에선 영남권과 65세 이상(법정 노인연령)에 해당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한때 불출마자와 의원직 상실자를 제외한 현역 의원 가운데 65세 이상인 의원 명단이 나돌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역대 최대폭의 물갈이가 실현될 경우 우리공화당 등으로의 탈당 러쉬나 무소속 출마 등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