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차장·부장급 중간 간부 인사를 강행했다. 법무부가 형식상 나섰을 뿐 실제 주역은 문 대통령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검 참모 등 현 정권 비리 수사 지휘부 전원을 좌천시킨 데 이어 수사팀 중간 간부들까지 쫓아내는 '2차 학살'이다. 이번 인사로 대검 반부패부와 공공수사부 간부가 대부분 교체됐다. 윤 총장이 "대검 기획관·과장은 전원 유임시켜 달라"는 의견을 냈으나 완전히 묵살했다. '총장 의견을 들어 인사를 하라'는 검찰청법을 정권이 다시 어겼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 조국 일가 비리, 유재수 비리 비호,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 사건 등 대통령과 정권 실세들 관련 사건을 지휘해 온 서울중앙지검·동부지검 차장검사 5명은 모두 지방 지청장 발령을 받았다. 수사에서 손 떼라는 것이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장도 지방으로 쫓겨났다. 최 비서관은 조국 아들 인턴 증명서를 허위 발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모두 파렴치한 행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조씨 측근을 청와대 비서관에 발탁하더니 조국 수사 검사들에 대해서는 인사권을 휘둘러 보복했다. 인턴 증명서 위조 혐의를 받는 최 비서관이 검사들 인사 검증을 했다고 한다. 도둑이 포졸에게 몽둥이를 휘두르는 기막힌 일이 실제 벌어졌다.

대통령 불법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면 수사 검사들을 쫓아내야 하는데 검사들이 지난해 8월 임명돼 '필수 보직 기간 1년'이 지나지 않았다. 이 정권 스스로 만든 인사 규칙이어서 무시할 수도 없다. 그래서 억지 '직제 개편'을 강행해 그 핑계로 인사를 했다. 대통령이 자신의 불법 혐의를 덮으려고 국가 조직을 마음대로 바꾸고 인사권을 휘두르고 있다. 이 정권에 법과 원칙은 장식물일 뿐이다. 유리할 때는 이용하다가 불리하면 철저히 무시한다.

정권 비리를 조사하던 검사들이 쫓겨난 자리에는 운동권 출신 검사가 여럿 배치됐다고 한다. 법무부 실·국장들을 민변이 독차지하다시피 하더니 과장급 주요 보직을 운동권 출신 검사들에게 맡겼다. 운동권이 청와대를 점령한 데 이어 이제 검찰에서도 운동권 경력이 훈장이다. 이 친문(親文) 검사들이 정권 비리 수사를 가로막고 나설 것이다. 실제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서울중앙지검장과 신임 동부지검장이 안면몰수하고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최강욱 비서관을 기소했다. 친문 이성윤 지검장이 결재를 거부하자 담당 차장검사가 대신 결재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기소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권력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권에 항의하며 사표를 낸 김웅 검사는 "봉건적 명(命)은 거역하라"며 "살아 있는 권력과 맞서 싸워 국민의 훈장을 받은 이때 떠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600명 넘는 검사들이 "남아있는 저희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라"며 댓글을 달았다. 한국 정치의 최대 고질은 자신이 법 위에 있는 줄 아는 제왕적 대통령 권력이다. 검찰이 지금의 이 정신을 지키면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민주 법치의 테두리 안으로 정상화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