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건너뛰는 현대인…5초 만에 사로잡아야
중독성 있고 반복적인 노래·춤·패러디로 광고 각인
'사딸라'로 버거킹 4900원 가격 각인

광고업계가 바쁜 현대인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짧고 중독성 있는 광고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스마트폰 영상을 통해 광고를 접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15초짜리 광고조차 보기 싫어 ‘스킵(건너뛰는)’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광고를 끝까지 보지 않는 이들의 관심을 붙잡아두기 위해 5초 안에 브랜드와 제품을 각인시킬 수 있는 광고가 각광받고 있다.

배우 김영철이 등장하는 버거킹 ‘올데이킹’ 광고

제일기획이 기획한 버거킹 ‘사딸라’ 광고가 대표적이다. 배우 김영철이 버거킹 매장에서 주문을 하면서 "사딸라(4달러)"를 반복하는 이 광고는 버거킹 ‘올데이킹’ 메뉴의 가격 4900원을 효과적으로 강조했다는 평을 받는다. 광고 초반부터 ‘사딸라’를 외쳐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17년 전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분했던 김두한의 대사를 재치있게 패러디해 유행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의 호응을 얻어냈다.

이처럼 광고업계는 긴 광고를 끝까지 보기 싫어하는 현대인의 특성에 맞춰 ①중독성 있는 음악과 춤 ②친숙한 인물 ③짤방(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패러디 사진·영상)’을 활용해 5초 만에 광고를 각인시키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TV 광고 방식에서 벗어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배우 유인나를 내세운 삼성증권의 ‘영원히 0원’ 광고도 따라하기 쉬운 춤이 인기를 끌면서 유튜브 조회수가 1200만건을 넘어섰다. 동원참치가 지난해 선보인 참치 광고도 배우 조정석과 가수 손나은이 "참~치 요리로 참~치 조리로 참~치 이건 맛의 대참치"라는 노래를 불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제일기획이 제작한 두 광고는 스토리는 없지만, 중독성 있는 노래와 춤으로 광고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임태진 제일기획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모바일 중심의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 광고를 보여주는 방법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며 "기승전결이 있고 중요한 메시지를 뒤에 배치하고 마지막에 반전을 노렸던 과거 광고 방식에서 벗어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최대한 압축해서 짧게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축구선수 손흥민이 춤을 추며 등장하는 빙그레 ‘슈퍼콘’ 광고

이노션이 제작한 빙그레 ‘슈퍼콘’ 광고는 친숙한 인물과 음악을 활용해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인기 축구선수 손흥민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서툰 춤을 추는 이 광고 역시 별다른 스토리 없이 춤과 ‘슈퍼손~슈퍼콘~ 슈퍼 슈퍼콘’이라는 노래만 반복된다. 지난해 4월 이 광고가 공개된 이후 슈퍼콘의 매출은 2배 이상 뛰었다.

박승헌 이노션 CD는 "영상이 넘쳐나는 시대에 사람들의 눈과 귀를 잠시라도 사로잡으려면 광고가 단순하고 반복적이어야 한다"며 "특히 밀레니얼 세대에게 광고는 자신이 보고 싶은 영상을 가로막는 대상이라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동작으로 그들의 무의식 속에 브랜드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영국 인기 드라마 ‘셜록’을 패러디한 LG전자 코드제로 A9 광고

기승전결이 뚜렷한 광고의 경우 영상 도입부에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요소를 넣어 시청을 유도하고 있다.

HS애드가 지난해 제작한 LG전자의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 광고도 인기 콘텐츠와 음악으로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영국 인기 드라마 ‘셜록’을 소재로 제작한 광고에는 주인공인 셜록 홈즈와 왓슨이 사건을 푸는 과정에서 청소기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소개한다. HS애드 관계자는 "팬층이 두터운 드라마의 주제곡을 광고 시작부터 들리게 해 영상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계속 보게 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광고를 영화처럼 만드는 ‘영화적 영상 기법’도 광고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활용된다. 탄탄한 영상미와 줄거리, 배우의 연기 삼박자를 갖춘 광고는 길어도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고 관심을 받기 때문이다. TBWA코리아 관계자는 "광고 건너뛰기 기능이 있는 유튜브에서 사람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광고가 아니라 고품질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살려 궁금증을 유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