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부가 자동차 구매를 위해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이들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치과 신경치료, 배심원, 비행기 가운데 좌석, 자동차 딜러십 등 다소 불편한 상황을 목격한다. 부부가 안내원에게 ‘구매자 보증’ 제도를 통해 현대차를 구매했다고 하자, 안내원은 꼭대기층에 데려다준다. 부부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가 놓여있는 이곳에서 만족스럽게 차량을 계약한다.

유명 할리우드 배우인 제이슨 베이트먼이 등장하는 이 광고는 지난해 현대차가 슈퍼볼 때 내놨던 ‘엘리베이터’다. 광고는 공감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자연스럽게 차량을 홍보해 슈퍼볼 자동차광고 중 1위로 꼽힐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홍보 효과 덕에 팰리세이드는 지난해 미국에서만 2만8736대 판매됐다.

슈퍼볼은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으로 기업들은 작전타임이나 휴식 시간에 TV 광고를 한다. 1초당 광고비용이 2억원에 달하지만 광고 효과가 좋아 주력제품을 소개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현대차는 올해 2월 3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슈퍼볼’ 중계 광고에서 제네시스의 SUV인 ‘GV80’과 신형 ‘쏘나타’를 소개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슈퍼볼 광고에 참여한 건 12번째다. 현대차는 2008년 북미 자동차 시장 진출을 앞두고 고급세단 ‘제네시스’를 선보였고 이후 쏘나타, ‘벨로스터’, ‘싼타페’ 등 신차를 내세웠다. 2015년에는 신차 부재로 슈퍼볼 광고를 하지 않았지만 2016년에는 제네시스를 브랜드로 출범하며 슈퍼볼 마케팅을 재개했다. 2017~2018년 슈퍼볼에서는 자사 브랜드 홍보에 집중했고, 2019년에는 구매자 보증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현대차는 SUV 판매 비중이 점차 늘어나자, 지난해부터 팰리세이드, GV80 등 SUV를 앞세우고 있다. 현대차 판매 차량 중 SUV 비중이 40%를 넘기자, 중형·고급차 마케팅에서 브랜드·서비스 마케팅으로, SUV 마케팅으로 중심을 옮긴 셈이다.

현대차의 주력계열사인 기아차도 비슷하다. 기아차는 2010년부터 10년 연속 슈퍼볼 광고를 선보이며 △쏘렌토R △K5 △뉴쏘렌토R △K900 △옵티마 △니로 △스팅어 등을 내세웠다. 지난해에는 대형 SUV인 텔루라이드를 소개했고, 올해는 소형 SUV인 셀토스를 주력 모델로 선보인다.

현대차는 슈퍼볼 광고 효과를 바탕으로 팰리세이드, GV80의 판매 호조세를 기대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사장)은 지난 9일 현대차 미국법인(HMA)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팰리세이드 출시 후 도요타와 혼다, 닛산을 찾던 많은 고객들이 현대자동차로 넘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 델 로쏘 제네시스 북미담당 CEO는 "제네시스의 첫 SUV인 GV80을 안착시켜 현대차가 판매 목표를 달성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