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병헌의 연기가 돋보이는 '남산의 부장들', 동물의 목소리가 들리는 요원 얘기를 담은 코믹극 '미스터 주:사라진 VIP', 박진감 넘치는 첩보 애니메이션 '스파이 지니어스'.

올해 설 연휴 극장가는 무거운 영화와 가벼운 영화의 격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작품은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 총제작비 208억원을 들여 쇼박스가 만들었다.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대통령(이성민)을 암살하기까지 40일 동안의 이야기를 그렸다.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 데다, 권력을 둘러싼 남자들의 심리를 치밀하게 그렸다는 점에서 중년 남성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작품이다. 온 가족이 다 같이 즐기기엔 다소 무겁고 지루할 수 있다. 이성민·곽도원·이희준 등이 빽빽하고 치밀한 연기를 펼친다.

'히트맨'(감독 최원섭)은 '남산의 부장들'과 대비되는 코미디 영화다. 주인공 준(권상우)은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 국정원을 나온 전설의 요원. 술김에 1급 기밀을 만화로 그리면서 국정원과 테러리스트의 타깃이 된다. 정준호·허성태·이지원이 함께 나온다.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감독 김태윤)도 코미디물이다.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태주(이성민)는 갑작스러운 사고를 겪은 이후 온갖 동물의 말을 들을 수 있게 된다. 군견 '알리'와 VIP판다 '밍밍'을 비롯, 호랑이·고릴라·앵무새·독수리·햄스터·고슴도치·말·흑염소 등 다채로운 동물이 등장한다. 고릴라는 '기생충'의 이정은이, 햄스터는 원로배우 이순재, 흑염소는 이선균, 앵무새는 김수미, 판다는 유인나가 맡아 목소리 연기를 했다. '닥터 두리틀' 같은 영화와 겹쳐 보인다는 점, 아이디어를 견인하는 이야기가 그리 촘촘하진 않은 점은 아쉽다.

'스파이 지니어스'(감독 닉 브루노·트로이 콴)는 국내 영화와 맞붙을 외국 애니메이션 영화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스파이 에이전트 랜스(윌 스미스)가 어느날 엉뚱한 에이전트 무기 연구원 월터(톰 홀랜드)를 만나 이상한 액체를 마시고 비둘기가 된다. 새가 돼버린 랜스와 월터가 어쩔 수 없이 한 팀이 돼 악당과 싸운다. 트와이스 같은 K팝 음악이 BGM으로 깔린다. 사건과 사건을 엮어내는 솜씨가 대단히 매끄럽다. 랜스·월터의 캐릭터가 실제 윌 스미스와 톰 홀랜드와 너무나 닮은 것도 재미 요소. 온 가족이 다같이 즐기기 좋고 박진감이 넘쳐 애니메이션을 기피하는 이들도 즐겁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