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두 개의 전장(戰場)이 펼쳐진다. 두 돌이 지난 우진이·서진이 쌍둥이 아들은 육상 선수가 될 모양인지 아침부터 아파트 거실을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야단이다. 도시락통과 수저, 여벌 옷, 기저귀를 챙겨 어린이집에 보내고 부랴부랴 직장으로 향한다. 집은 서울 강북구지만 직장은 은평구다.

지난달 현대해상 은평지점장으로 부임했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보험설계사들을 찾는 고객들 전화가 불이 난다. 사무실에선 매일매일 지점의 실적을 체크하고, 미진한 부분이 있는 설계사들의 실적 내는 묘안을 짜느라 좌충우돌 분주하다.

쌍둥이 엄마로서, 보험사 지점장으로서 두 전장에서 모두 승리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다 보니 머릿속엔 온통 두 아이와 지점의 설계사 42명 생각뿐이다. 챙긴다고 챙겼는데도 엄마로서 실적을 제대로 냈는지 늘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다. 지점도 마찬가지다.

쌍둥이 엄마와 보험사 지점장, 1인 2역

쌍둥이는 집 안에선 뛰지 않기 같은 착한 행동은 함께하지 않으면서 말썽 피우는 것은 늘 약속한 듯 매한가지다. 날로 활발해지는 쌍둥이 때문에 아래층에 최근 케이크와 과일을 사다 드렸다. 늘 한꺼번에 걸리는 감기는 이번에도 찾아왔다.

보험사 지점장이자 쌍둥이 엄마인 강지원씨는 “서로의 직장 생활을 응원하는 마음이 맞벌이 육아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우진(앞줄 왼쪽)·서진이와 함께 해수욕장을 찾은 강씨와 남편 이종민씨.

지점장 역할도 쉽지 않다. 6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동료들 가운데 38세인 내 나이가 중간쯤에 불과하다. 그런 와중에 성과를 내라고 독려해야 하니 마음이 편하진 않다. 위안이 되는 건 지점 직원 가운데 20명이 나 같은 워킹맘이란 사실이다. 서로 서운해하고 이해해주며 울고 웃는다.

지점 관리와 육아를 함께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고, 그리고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워킹맘 동료들과 일·육아 어려움 나눠

행복이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남편(43)과 나는 일과 연애하느라 결혼이 늦었다. 4년 전 결혼 직후 우리는 농담처럼 "나이가 있으니 쌍둥이면 좋을 텐데"라고 얘기했는데, 거짓말처럼 쌍둥이가 생겼다.

대기업에서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남편은 연애할 때부터 무척 바빴다. 머릿속은 온통 회사로 가득 차 있었고, 결혼 이후 회사원으로서 남편의 어깨는 당시보다 훨씬 무거워졌다. "아이가 생기면 둘 다 바빠서 어떻게 키우지?"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큰 탈 없이 아이들을 키울 수 있었던 건 남편과 내가 서로의 일을 응원하고 지지하기 때문이다.

내가 워킹맘으로 힘들어 할 때면, 남편은 '외조 모드'로 재빨리 전환한다. 남편은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집안일도 함께 하고, 피곤해도 좀처럼 내색하지 않는다. 남편은 사회생활에서 '을(乙)'인 경우가 많고 회식도 잦지만 내가 월말 실적 집계로 바쁘면 일찍 귀가해 쌍둥이를 돌본다. 배우자가 성공한 직장인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오히려 남편이 더 큰 것 같다.

"맞벌이 부부, 둘 다 외조(外助)하는 마음으로"

인생의 동반자로서 서로의 프로 의식을 존중해주는 만큼, 육아 역시 경쟁하듯 힘을 합치게 됐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내 역할을 놓고 '내조'라고 표현하지 않고 '외조'라고 한다. 눈코 뜰 새 없는 지점장 엄마로 살아가기 전쟁의 가장 든든한 우군은 남편이고 나 역시 남편에게 그런 우군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성격이나 생활 습관 면에서 맞지 않는 부분은 치열하게 맞춰나간다. 요즘은 40년 가까이 함께 지낸 쌍둥이 남매 같다.

지난달 지점 송년회 때 루돌프 머리띠를 두르고 등장한 남편은 백마 탄 왕자 같았다. 엄마이자 직업인인 아내를 응원해주는 남편의 아내여서 느끼는 행복 때문에 고된 지점장 엄마 생활을 버티고 있다. 엄마에게 달려와 꼭 안기는 아이들, 내 편이 되어주는 남편, 지점의 워킹맘 동료들…. 이 모든 사람과 행복이란 실적을 잔뜩 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