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원

한국 남자 축구가 올림픽 9회 연속 본선 진출 기록을 썼다.

김학범(60)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2일 태국 빠툼타니 타마삿 스타디움에서 올림픽 예선을 겸해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 준결승에서 호주를 2대0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2020 도쿄올림픽 개최국 일본이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서 이번 대회 3위까지만 본선 진출권이 주어진다.

1900년 제2회 파리올림픽에서 남자 축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최다 연속 본선 진출 기록을 갖고 있는 국가는 한국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이번 도쿄올림픽까지 9회 연속 위업을 이뤄냈다. 다음은 7회 연속 기록 보유국인 이탈리아(1912~1948, 1984~2008)다.

올림픽 진출을 조기에 확정지은 한국은 오는 26일 오후 9시 30분 사우디아라비아와 결승전을 벌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우즈베키스탄에 1대0으로 이겼다. 한국의 이 대회 역대 최고 성적은 2016년 준우승이다.

◇'팔공산 메시'와 '도쿄 리'

K리거들이 만들어낸 쾌거였다. 작년 K리그1 대구FC 돌풍의 중심에 있었던 '팔공산 메시' 김대원은 이날 공만 잡았다 하면 상대 수비수 한두 명은 쉽게 제쳤다. 그는 측면과 중앙 지역을 가리지 않는 공간 돌파를 선보이며 날카로운 중거리슈팅을 날렸으나 번번이 골대를 외면했다. 전반 종료 직전 강력한 슈팅이 골대를 살짝 벗어난 게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후반 초반 동료가 만들어 준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후반 11분 이유현의 중거리슛이 왼쪽 골대를 맞고 나오자 왼발로 밀어넣어 선제이자 결승골을 터뜨렸다.

한국 남자 축구 23세 이하 대표팀이 22일 호주를 2대0으로 완파하고 올림픽 9회 연속 진출을 달성했다. 두 번째 골을 터뜨린 이동경(10번)이 이동준(오른쪽) 등 팀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한국은 26일 오후 9시30분 사우디아라비아와 우승을 다툰다. 한국의 역대 최고 성적은 2016년 대회 준우승이다.

도쿄 올림픽행에 승세를 굳힌 건 이름 때문에 '도쿄 리'라 불린 이동경(울산)이었다. 후반 19분 투입된 그는 후반 31분 낮게 깔리는 왼발 중거리슛으로 쐐기골을 넣었다.

한국은 김동현(성남)-원두재(울산)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앞세워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면서 초반부터 호주를 몰아붙였다. 골대를 여러 차례 맞히는 불운만 아니었다면 대량 득점도 가능했다. 호주는 첫 번째 슈팅이 전반 22분 혼전 상황에서 나왔을 정도로 경기 장악력이 떨어졌다.

◇"2012 런던 대회 이어 올림픽 시상대 오르겠다"

대회 전만 해도 23세 이하 대표팀 선수들은 팬들에게 거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김 감독은 어린 나이에도 유럽 무대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이며 A대표팀에도 자주 소집됐던 백승호(23·독일 다름슈타트)와 이강인(19·스페인 발렌시아)을 합류시키기 위해 애를 썼으나 소속 팀 거부로 차출이 불발됐다. 결국 대표팀 중 해외파는 정우영(21·프라이부르크)과 후보 골키퍼 안준수(22·세레소 오사카) 둘뿐이었다. 팬들 사이에선 "스타가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내실은 강했다. 김학범호는 후보 골키퍼 안찬기(22·인천대)를 제외한 전원이 1~2부 프로리그 소속 선수들이다. 프로 산하 유스팀과 주말리그제가 도입된 2009년부터 유소년 축구를 시작한 1997~1999년생들은 K리그에서 큰 주목은 못 받아도 꾸준히 경기를 뛰며 실전 감각을 키워왔다. 번갈아 최전방 원톱 포지션을 맡았던 오세훈은 작년 아산 무궁화에서 7골 3도움(30경기), 조규성(안양)은 14골 4도움(33경기)을 올렸다. 둘 다 K리그 2 소속이었다. 주전 골키퍼 송범근(전북), 이동경, 이상민(이상 울산), 김대원, 정승원(이상 대구), 김동현은 국내 1부 소속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팬들 머릿속에 각인시킨 이들은 한국이 최초로 올림픽 메달(동)을 따냈던 2012년 런던 세대를 넘겠다는 각오다. 미드필더 김동현은 "대선배들부터 이어온 기록을 깨뜨리지 않고 지킬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며 "소속팀에서 몸을 차근차근 만들어 2012년처럼 올림픽 시상대에도 서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