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다음 달 초 대선 경선 개막을 앞두고 진흙탕 싸움에 빠져들면서 적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내 절대 강자(强者)가 없는 데다 대선 주자 간 이념·세대·성별 간 대립 구도가 다양해 분란이 계속되는 것이다. 올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 힐러리 클린턴(72·사진) 전 국무장관까지 당 내분에 가세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21일 주간 할리우드 리포터 인터뷰에서 야권 유력 주자인 버니 샌더스(78) 상원의원을 겨냥해 "그가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아무도 샌더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해놓은 일 없는 정치꾼일 뿐"이라며 "공약은 죄다 헛소리인데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이에 샌더스는 "내 아내는 날 좋아하는데…"라며 가볍게 넘어가려 했지만 파장은 컸다. 전직 대선 후보가 후배 주자에게 인신공격을 쏟아낸 이례적 상황이기 때문이다. 샌더스는 민주당원이 아닌 무소속이지만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고 있다.

두 사람은 2016년 민주당 경선에서도 맞붙은 사이다. 샌더스가 "억만장자를 없애자" 같은 급진 좌파 슬로건을 내걸고 돌풍을 일으키자, 중도 개혁을 표방한 클린턴은 대세론에 타격을 받고 힘겹게 본선에 진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한 클린턴은 "샌더스가 내 캠페인을 망쳤다"며 원한을 거두지 못했다. 이번에 '샌더스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한 건 4년 전 일에 대한 복수인 셈이다.

샌더스 의원은 다른 일로도 분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지난 20일 샌더스의 참모들이 조 바이든(77) 전 부통령을 겨냥해 "중산층을 비호하는 후보로 부패 문제가 많아 본선에 나가면 필패한다"는 글을 퍼뜨렸다. 샌더스가 "부적절한 비방"이라며 사과했지만 파문이 그치지 않았다. 앞서 14일 엘리자베스 워런(70) 상원의원이 "샌더스가 내게 '여자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폭로, 두 사람이 서로 '거짓말쟁이'라고 다투기도 했다.

현재 바이든 같은 민주당 내 중도 주자들이 휘청이는 반면 샌더스는 강력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버티고 있다. 이 때문에 샌더스가 경선에서 승리해 민주당을 접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가 '부유세 신설' 같은 좌파 공약을 내걸고 있어 결국엔 중도·보수층의 외면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