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는 크다. 유럽 열 나라를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크다. 텍사스를 여행하다 보면 엔진오일을 갈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 광활하게 펼쳐진 대지는 ‘유럽에서 100년은 아무것도 아니고 미국에서 100마일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표현을 수긍하게 한다. 운전하다 맞은편에서 오는 트럭을 보면 왼손으로 운전대를 잡은 상태에서 엄지를 고정해 나머지 네 손가락만 폈다가 오므린다. 텍사스식 인사법이다.

텍사스의 시골은 목화밭과 정유 시설, 사막과 벌판의 풍경으로 연속된다. 거의 평지여서 하늘과 땅이 수평선을 경계로 맞닿아 있다. 미국에서 별이 가장 예쁘게 보이는 주(州)이기도 하다. 길을 따라 계속 보이는 것은 '랜치(ranch)'. 텍사스에만 약 25만개가 있다. 몇 해 전에 제주도보다 큰 랜치가 팔려 국내에서도 뉴스가 된 적이 있다. '목장'으로 종종 번역되지만 사실 랜치는 그저 '개인 소유 땅'이다. 땅을 정서적으로, 애정을 담아 표현한 게 랜치다. 텍사스 사람들 인생은 랜치의 일상을 빼놓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랜치는 밀과 목화, 사탕수수, 오렌지 나무를 키우는 밭이고, 가축을 키우는 목장이자, 야생화와 들풀, 각종 동물과 조류가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寶庫)다. 실제로 여기에는 사슴, 늑대, 살쾡이, 방울뱀, 올빼미, 칠면조, 독수리, 종달새 등이 어울려 또 한 세상을 만들고 있다.

제임스 딘 주연 영화 ‘자이언트’에서 묘사했듯이 랜치의 면적은 어마어마하게 넓어서 이 땅을 모두 가꾸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부분은 벌판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텍사스 사람들은 수백 년을 바라본다. 작은 부분일지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땅을 개간해서 후손에게 물려준다는 마음이 있다. 후손 또한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고 나은 땅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이것이 그들이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랜치를 가꾸는 이유다. 텍사스 주립 대학에 ‘랜치 경영’ 석사과정을 둔 배경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