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방송에 나와 민주당 홍보 연설을 했다. 2개월 전 "제도 정치권을 떠나 통일 운동을 하겠다"고 돌연 정계 은퇴를 선언하더니 민주당 선거운동을 한 것이다. 임씨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개인 일정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고 있다. 그런 사람이 민주당 홍보 영상 촬영은 했다.

울산 선거 공작은 대통령의 30년 친구가 울산시장이 되는 과정에 청와대가 경찰에 야당 후보 하명 수사를 지시하고 여당 후보 공약을 대신 만들어준 사건이다. 청와대가 여당 내부 경쟁자들에게 자리를 제의하며 경선 포기를 종용하기도 했다. 정무수석·민정비서관 등 핵심 참모들이 움직였다. 당시 비서실장 임씨의 재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임씨가 발 벗고 뛴 흔적도 뚜렷하다. 임씨가 대통령 대신 여당 후보의 출마를 요청했다는 메모가 '송병기 업무수첩'에서 나왔다. 여당 후보가 공약 협의차 상경해 임씨를 만났다는 진술도 나왔다. 임씨는 선거 공작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일 가능성이 크다.

임씨가 수사에 응하지 않으며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현 검찰 수사팀이 바뀔 때까지 시간을 끌려는 의도일 것이다. 임씨가 정계 은퇴를 선언한 시점은 울산 선거 공작 수사가 급물살을 타기 직전이다. 수사 낌새를 미리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검찰 수사 라인을 해체하는 인사 학살을 벌이고 선거 공작 수사가 무력화될 조짐을 보이자 임씨는 다시 정계로 돌아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원 연설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정계 은퇴 선언을 뒤집고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한 평론가는 "공습경보 해제, 숨어 있던 구멍 밖으로 머리 내밀었다"고 했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