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낮지만 수명 긴 ‘다이아몬드 전지’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을 다시 전기를 생산하는데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연구팀은 20일(현지 시각) 1989년 폐쇄된 글로스터셔 버클리 원전에서 핵폐기물을 원료로 하는 전지(電池·배터리)를 생산하는 실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이아몬드 전지’로 불리는 이 전지는 핵폐기물을 인공 다이아몬드가 감싼 형태로, 전력은 낮지만 수명은 매우 길다.

연구를 이끌고 있는 톰 스콧 교수는 "방사성 물질을 다이아몬드 캡슐화한 '다이아몬드 전지'는 배출물이 없고 유지 보수가 불필요하다"며 "교환이나 충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긴 수명의 전지가 필요한 보청기, 심박 조율기 같은 의료 장비나 우주선, 위성 같은 전자기기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다이아몬드 전지의 50%를 소모하려면 5730년이 걸린다.

연구팀은 니켈 방사성 동위 원소인 니켈 63을 방사선원으로 한 다이아몬드 전지의 시제품(프로토타입)을 생산한 데 이어 다이아몬드 전지의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탄소의 방사성 동위 원소인 탄소 14(C14)를 이용한 다이아몬드 전지를 개발했다. C14는 원자력 발전 감속재로 사용된 흑연에서 추출한다. 사용된 흑연에서 C14를 추출하면 방사능이 저하되고 방사성 폐기물의 보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스콧 교수는 "핵폐기물을 재활용해 원전에 대한 안전 우려와 환경 오염 문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친환경적인 에너지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핵폐기물을 원료로 하는 과정에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우려에 대해서는 C14가 방출하는 단거리 방사선은 고체 재료가 빠르게 흡수하고 다이아몬드 안에 유지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