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와 맺은 핵 확산 방지 협정에 중국까지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21일(현지 시각) 중국에 러시아와 벌이는 3자 핵무기 회담에 동참해달라는 요청을 보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중국이 핵무기 비축량을 얼마나 늘리는지 함구하자 이에 대한 위협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우드 미국 군축대사는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 개막식 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핵 비축량이 향후 10년 동안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이 바로 3국간 논의를 할 때"라고 말했다.

우드 대사는 이어 "미국이 지난주 러시아와 안보회담을 갖고 중국을 포함한 3자 회담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이해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아무 조건없이 회담에 동참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에 대해 "러시아와 여타 국가들이 도와주기를 바란다"며 "이 조치가 세계 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지난해 1월 사일로형 전략핵무기 DF31을 선보이고 있다.

중국은 1964년 첫 핵실험에 성공한 이후, 미국이나 러시아에 견줄만한 주요 핵보유국으로 떠올랐다. 이후 미국은 중국이 지난 50여년간 비축량을 비밀리에 꾸준히 늘리고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중국이 핵무기에 관한 전략적 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을 수차례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핵무기 제한에 관한 새로운 협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 협정이 중국까지 확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 핵무기가 국가 안보 필요상 최저 수준이며, 미국이나 러시아가 가진 핵무기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1970년 핵확산금지조약(NPT) 이후 지금까지 새 핵 관련 협정에 참가하길 거부하고 있다.

이날 리송(李松) 중국 군축대사는 우드 대사와 같은 자리에서 연설하며 자국 핵 비축량을 언급하지 않고 핵보유국 간 협력을 촉구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리 대사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있어 주역을 맡은 거대 국가들이 다자주의(多者主義) 원칙을 어기는 훼방꾼 역할을 자임하진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주에 이미 "러시아가 3자 회담에 참여하겠지만, 중국이 현재 입장을 바꾸라고 강요하진 않겠다"는 미국의 의도와 엇나간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