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월 말 법원 정기 인사를 앞두고 사표를 낸 법원행정처 및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판사들이 최소 18명에 이르는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법원행정처와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소수 엘리트 판사들이 거쳐 가는 보직으로, 이 정도 규모의 '엘리트 판사'들이 한꺼번에 그만둔 사례는 찾기 어렵다. 작년 초 정기 인사 때 사표를 낸 전체 판사가 43명이었는데, 그 숫자의 40%에 해당한다. 두 곳 출신 판사들의 '줄사표' 소식에 법원 내부는 "충격적"이란 반응이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심의관(평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판사들이 이렇게 많이 나간 적이 없었다"며 "법원 입장에서도, 재판을 받는 국민 입장에서도 큰 손해"라고 말했다.

본지 취재 결과, 이번 법원 정기 인사를 앞두고 사표를 낸 법원장은 2명이고, 고법부장은 3명이다. 이 5명은 모두 행정처나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이다. 이들 중 한승 전주지법원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요직에 있었고, 김기정 서울서부지법원장은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냈다. 나머지 고법부장 3명도 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 등으로 근무했다.

나머지 13명은 법원의 '허리' '중추'에 해당하는 지방법원 부장판사급이다. 13명 가운데 9명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일했다. 나머지 4명은 대법원에서 조세 분야 등을 담당했던 판사이다. 한 법원장은 "법원을 짊어지고 나갈 기둥들이 다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미래 대법관감인 후배들인데…"라고 했다.

법원 내부에선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본격화된 '사법 적폐' 청산 움직임이 이번 줄사표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처 핵심 보직 출신으로 이번에 그만두는 한 중견 판사는 "계속 있어 봐야 '적폐 판사' 손가락질만 받는데 있을 이유가 없다"며 "지금까지 버틴 건 '내가 잘못해서 나간다'고 인정하는 꼴이 될까 봐 참은 것"이라고 했다. 김 대법원장과 그 휘하 '진보 판사'들은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한 세 차례 법원 자체 조사와 검찰 수사를 밀어붙였고, 이 과정에서 100명 안팎의 행정처, 대법원 연구관 출신 판사가 검찰 수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