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최근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 활동 확인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보고했지만, 신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결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서울동부지검에서는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과 관련해 수사팀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기소해야 한다"고 했으나, 신임 고기영 지검장이 "기록을 더 검토해야 한다"며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지난 16일 윤석열 검찰총장과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의 서울동부지검 수사팀 등과의 회의에서 "조국을 무혐의 처리하자"고 주장했을 뿐 아니라 "대검 부장(검사장급)회의를 개최해 조 전 장관 기소 여부를 결정하자"고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부장들은 지난 8일 인사에서 전원 새로 교체돼 들어온 인물들이다. 청와대가 검찰 '대학살' 인사를 통해 핵심 요직(要職)에 배치한 세 사람이 '정권 수사 방해' '조국 구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최 비서관은 변호사 시절인 2017년 조 전 장관 아들에게 자신이 일하는 법무법인에서 인턴 활동을 했다는 허위 확인서를 발급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수사팀은 심재철 반부패부장이 취임하기 전인 지난 8일 대검에 "최 비서관 소환 조사 없이도 확보한 물증과 진술로 업무방해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기소가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이후 수사팀은 지난 13일 부임한 이성윤 지검장에게도 "최 비서관 기소를 재가해달라"고 보고했으나 이 지검장은 이날까지 별도 의견을 내지도, 결재도 않고 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희대 법대 후배인 그를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했을 때 "중앙지검의 각종 수사를 뭉갤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그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했다.

심재철 반부패부장이 대놓고 '조국 구하기'에 나선 것도 내부 반발을 사고 있다. 대검 참모가 검찰총장에게 '간부 회의를 소집해 결론을 내리자'고 요구한 것은 전례가 없다고 한다. 사건 처리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은 검찰총장에게 있다. 그런데도 사실상 다수결로 '조국 기소'를 막으려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은 '16일 회의'에 앞서 양석조 대검 선임연구관 등에게 "'조국 무혐의'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대검 간부 회의를 통해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포함시키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양 선임연구관 등은 이에 반발하며 보고서 작성을 거부했다. 이후 양 선임연구관이 김성훈 대검 공안수사지원과장의 장인상 장례식장에서 심 부장을 향해 "조국이 어떻게 무혐의입니까"라며 거칠게 항의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심 부장이 '대검 간부 회의 소집'을 주장하자 이 회의에 참석했던 고기영 신임 서울동부지검장도 동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동부지검 수사팀이 심 부장에게 "수사 기록은 보셨느냐"고 반발했고, 윤 총장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사안인데 무슨 불기소냐"면서 심 부장 주장을 일축했다. 조 전 장관은 다음 날인 17일 기소됐다.

심 부장은 추미애 장관이 고발된 사건을 뭉개려 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은 검찰 '대학살' 인사와 관련해 지난 9일 추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통상 대검 고발 사건은 하루나 이틀 뒤에 일선 검찰청에 배당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심 부장은 "'고발'보다 수위가 낮은 '진정' 형식으로 일선에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며 사건 배당을 미뤘다고 한다. 대검 연구관이 "사건 처리를 늦추면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고 반발하자, 심 부장은 지난 17일에야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수원지검에 사건을 보냈다.

이런 가운데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을 진행해 왔던 서울동부지검에서도 새로 부임한 고기영 지검장과 수사팀 간에 의견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사팀은 고 지검장에게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올렸다고 한다. 백 전 비서관이 조국 전 민정수석에게 '유재수 감찰 중단'을 주도적으로 요구했고, 당시 금융위에 청와대 특감반의 감찰 결과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만큼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고 지검장은 "수사기록을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를 대며 시간을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서는 "고 지검장 역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처럼 수사팀이 교체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고 지검장은 '16일 대검 회의'에서도 윤석열 총장에게 "백 비서관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을 미루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심재철 부장은 '상갓집 소동'이 벌어진 18일 밤 그 자리에서 "내가 한동훈 부장(전임 반부패부장)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한 법조인은 "옆에 있던 검사 대부분이 동의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양석조 대검 선임연구관과 장인상을 마친 김성훈 과장은 21일 대검에 출근했다. 두 사람은 각각 '조국 사건'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그들은 23일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은 이날 각자 맡은 사건 기록을 꼼꼼하게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장관이 임명한 후임 수사팀이 사건을 덮을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