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고향을 찾는 것은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서다. 밥상머리에서 이슬이 맺히는 것은 그 맛을 기억해서다. 이런 맛을 ‘솔푸드’라고 하던가. 갯벌이 발달한 남도에 어울리는 어머니의 손맛으로 ‘감태지’만 한 것도 없다. 감태김치를 이르는 전라도 말이다. 김치처럼 바로 먹어도 좋고 삭혀 먹으면 더 좋다.

감태는 갯벌에서 겨울 한철 자라는 해조류다. 원래 이름은 '가시파래'이며, 제주 바다에 감태라는 해초도 있다. 그래도 가시파래보다 감태라는 지역 말로 불러줘야 맛이 느껴진다. 감태가 서식하는 갯벌은 무안 탄도 갯벌, 신안 안좌 갯벌, 장흥 회진 갯벌, 완도 고금도 갯벌 등이다. 태안과 서산의 갯마을에서도 볼 수 있다. '자산어보'에는 '모양은 매산태를 닮았으나 다소 거칠다. 길이는 수 척 정도이다. 맛이 달고 갯벌에서 초겨울에 나기 시작한다'고 했다. 매산태는 매생이를 이른다. 실제로 매생이보다 굵고 파래보다 가늘다. 감태를 갯벌에서 뜯는 것을 '감태를 맨다'고 표현한다. 밭에서 잡초를 매듯 갯밭에서 감태를 매기 때문이다〈사진〉.

몇 년 전이다. 코를 베어갈 듯 춥고 폭설이 내린 섣달그믐 무안군 성내리 갯벌에서 감태를 매는 어머니들을 만났다. 하필 이런 날 하늬바람에 맞서 감태를 매는 이유가 궁금했다. '우리 아들이 감태지를 겁나게 좋아해라.' 더 이상 무슨 질문이 필요하랴. 명절 앞두고 감태 맛이 제일 좋다. 매서운 북서풍과 파도를 이겨내고 자란 감태가 색깔이 곱고 향기롭다.

감태는 감태지 이외에 전·무침·김이나 빵·치즈, 심지어 페스토를 만들 때도 이용하기도 한다. 달고 쌉쌀한 향미는 건조해도 잘 남아 있다. 어머니의 손맛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이탈리아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그래도 감태는 역시 감태지가 최고다. 동치미나 김치처럼 중독성이 강하다. 특히 삭힌 감태지는 쌉쌀하면서 뒷맛이 달콤해 그 맛에 중독되면 감당하기 어렵다. 그게 고향의 맛이며 어머니의 손맛이다. 어머니라고 왜 춥지 않겠는가. 당신의 코끝에 영롱한 물방울이 맺혔다가 떨어진다. 그 추위를 기쁜 마음으로 맞을 수 있는 것은 당신의 손맛을 기다리는 자식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