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비리 의혹이 불거진 유재수 전 금융위 국장을 구명하기 위해 정권 실세들이 총력전을 펼친 가운데 천경득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청와대가 금융권을 잡고 나가려면 유재수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며 청와대 특감반을 압박한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 내부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그는 자기 업무도 아닌데 금융권 고위직 인사 사항을 유 전 국장과 수시로 협의한 것으로 검찰 공소장에 기재된 인물이다. "금융권을 잡는다"는 그의 발언은 친문 실세들이 민간 영역인 금융까지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고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야당 시절 민주당은 "관치(官治) 금융은 독극물이고 발암물질"이라며 정부의 금융권 개입을 비난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는데 정권을 잡은 뒤 표변했다. 문 정부의 금융권 낙하산 인사는 민주화 이후 최악이다. 3회 연속 내부 출신이 승진했던 기업은행장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내리꽂아 3대 국책은행장을 모두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로 채웠다. 무리하게 임명된 기업은행장은 노조 반발로 13일째 출근도 못하고 있다. 각종 금융협회와 금융공기업 회장, 감사, 임원 자리도 '캠코더'가 꿰차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이사장은 민주당 부산시 선거대책위원장, 감사는 선대위 대외협력단장 출신이고,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민주당 수석전문위원 출신이다. 이 정부 들어 임명된 자산관리공사 임원 12명 중 8명이 '캠코더'였고, 주택금융공사는 10명 중 7명, 예금보험공사는 7명 중 3명이 낙하산이었다.

낙하산 인사를 꽂아놓고는 은행들 팔을 비틀어 연체자 159만명의 은행 빚을 탕감해주고, 저소득층과 고령자 빚도 대거 감면해주었다. 7년 전 대법원 판결로 끝난 '키코' 문제도 다시 끄집어내 피해액을 물어주라고 은행을 압박하고 있다. 민간 은행의 주인은 당연히 주주다. 하지만 한국에선 금융권은 청와대 소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