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가 21일 열린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드루킹' 김동원 일당과 공모해 불법 여론 조작 혐의를 받는 김경수(53) 경남도지사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김 지사가 드루킹의 '킹크랩' 시연회를 봤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다만 재판부는 "공범 여부가 성립하는지에 대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재판을 이어가기로 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는 21일 김 지사에 대한 공판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당초 이날 항소심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었지만, 전날 변론재개 결정이 내려지면서 일정이 바뀌었다.

재판부는 "김 지사의 주장과 달리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김씨로부터 온라인 정보보고를 받고,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을 봤다는 사실은 특검이 상당 부분 증명을 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온라인 정보보고와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 로그기록, 이후 작성된 문서 등 비진술적 증거를 바탕으로 이 같은 잠정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 지사와 드루킹이 '공범'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범 관계는 △공동범행을 하고자 하는 의사의 합치 아래 직접 구성요건적 행위를 분담하는 경우 △실행행위를 분담하지 않지만, 범행을 공모한 후 공범을 지배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또 대법원 판례는 "(범죄) 실현행위를 하는 공범에게 행위 결정을 강화하도록 협력하는 것으로도 공범 관계가 성립한다"고 했다. 다만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단순히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공범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도 있다.

재판부는 "현 상태에서 기록에 나타난 증거들과 특검·피고인 증언을 바탕으로 공동정범의 성립 여부, 유죄로 인정될 경우 관여 정도, 불법성과 책임 정도, 공직선거법 위반 죄의 성립 여부 등을 판단하고자 했다"며 "다양한 가능성과 사정이 성립할 수 있어 추가 심리를 하지 않고서는 최종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봤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 뒤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는 드루킹의 진술 신빙성에 대한 주장과 근거 자료, 김 지사와 드루킹의 관계, 김 지사가 드루킹이 보낸 기사 목록에 대해 '전달하겠다' '처리하겠다' 등의 답신을 받고도 문제 삼지 않은 이유 등 8가지 쟁점에 대한 양측의 소명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1일까지 의견서를 받고, 3월 4일까지 양측의 의견서에 대한 반박 의견을 받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지정하고서도 기일에 선고를 하지 못하고 사건을 재개해 불필요한 추측과 우려를 드린 것에 대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다음 재판은 3월 10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