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에서 사실상 퇴출된 해리 왕자가 온라인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와 협력해 공동 콘텐츠를 만들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독자적인 브랜드를 활용한 경제 활동에 나설 것이란 계획에도 전망이 분분해지고 있다.

20일(현지 시각)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가디언 등 외신은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 부부가 왕실 일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길 희망한다며 이들 부부의 앞날에 대해 보도했다.

해리 왕자 부부.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모호하지만, 이들 부부는 백악관을 떠난 뒤 버락 오바마와 미셸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의 ‘궤적’을 동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넷플릭스와 약 5000만달러(약 58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온라인 스트리밍용 시리즈와 영화를 제작하는 내용의 계약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와 합작해 프로덕션을 만들고 이를 통해 최근 다큐멘터리 작품인 ‘아메리칸 팩토리’를 제작해 올해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한 고위 임원은 해리 왕자 부부와 계약을 맺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에 대해 환영했다.

앞서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책임자(CCO)는 지난 주말 한 행사에서 "해리 왕자 부부와의 협력에 누가 관심이 없겠는가. 당연히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해리 왕자 부부의 새출발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해리 왕자는 애플과도 다큐멘터리 제작을, 미국 배우 출신인 메건 마클 왕자비는 디즈니와 영화 성우 연기를 계약한 바 있다.

앞서 데일리메일은 이들 부부가 유명한 공인의 역할을 대중적이면서도 존경 받으며 상당한 돈을 벌 수 있는 사생활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로부터 조언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테일러 보든과 코너 페렛은 "만약 해리 왕자 부부가 현명한 선택을 한다면 그들의 명성을 쉽게 활용해 10억 달러(약 1조1600억원)의 브랜드를 만들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왕실의 지위를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보다 더 영향력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앞서 지난 1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해리 왕자 부부에 대한 모든 공적 자금 지원을 끊고 사실상 왕실에서 퇴출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왕족 호칭인 ‘전하(His/Her Royal Highness)’를 떼고 ‘서식스(Sussex) 공작·공작 부인’로만 불리게 된다.

외신들은 이들이 독립적인 경제 활동을 위해 왕실 브랜드를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복잡한 문제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 부부는 원래 왕실 업무를 수행하면서 따로 사업을 운영하길 바랐지만, 여왕의 조치는 이들이 ‘완전하고 절대적인 자유’를 얻는 대신, 왕실의 지위를 빼앗은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독립 선언을 한 후 ‘서식스 로열 재단’을 세우겠다고 개인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계정 등을 만들고 티셔츠와 양말, 카드, 연필 등 100개가 넘는 상품에 ‘서식스 로열’ 상표권을 등록하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은 한 브랜드 가치 평가 컨설팅 회사의 관계자를 인용해 "이들 부부에 대한 한가지 해결책은 자선 활동을 위해 서식스 로열 브랜드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현재 메건 마클 왕자비와 아들 아치는 캐나다에 머무르고 있으며, 해리 왕자도 조만간 캐나다로 건너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부는 왕실을 떠나고 나서 조용히 지내길 원하지만 파파라치 등 미디어들로부터 절대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폭스뉴스는 아서 에드워드 포토그래퍼가 최근 ITV에 출연해 인터뷰한 것을 인용해 "이번 해리 왕자 부부의 퇴출로 왕실 가족 중 메건 마클 왕세자비만 웃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녀가 이번 결과를 유도한 것으로 보이고, 현재 캐나다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