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A씨는 취업에 실패한 뒤 마냥 놀 수는 없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일주일에 근무일은 5일뿐이고, 그나마 하루에 2시간만 일한다. 일주일에 총 10시간 일하는 셈이다. A씨는 "몇 시간이라도 더 일하고 싶지만 편의점 주인이 최저임금 때문에 부담이 된다며 안 된다고 했다"면서 "혹독하게 일해도 좋으니 더 많이 일하고 더 벌고 싶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2019년 고용동향'을 발표하면서 "고용이 양적·질적으로 뚜렷한 개선 흐름을 보인 '일자리 반등의 해'였다"고 자화자찬했고, 이에 대해 일자리 현장에선 "정부 재정을 투입한 '노인 일자리'와 청년·여성이 중심이 되는 '초단기 근로자'가 증가한 취업자 수의 대부분"이란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여당에선 "청년은 학업, 여성은 육아·가사, 노인은 건강상 이유 때문에 단시간 일자리를 선호한다(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최고위원)"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20일 본지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고용 상황이 좋아졌다거나 취업자들이 '단시간 일자리'를 선호한다는 정부·여당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확인됐다. 취업자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근로 시간이 짧아 지금보다 일을 더 하고 싶다"고 말하는 '추가취업가능자' 숫자가 처음으로 70만명을 돌파해 75만명에 이른 것이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대 규모이다.

추가로 일을 하고 싶다고 대답한 사람은 50만4000명(2015년)에서 75만명(2019년)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추가취업가능자' 수는 2015년(50만4000명)에서 2016년(51만2000명) 사이 8000명이 증가했지만, 이후 3년간 연평균 약 8만여명씩 늘었다. 특히 지난해엔 무려 12만1000명이나 늘어나 가장 증가 폭이 컸다.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취업자 수를 끌어올렸지만 정작 이들은 단기 일자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