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펼치면 서늘한 바람이 느껴진다. 청전(67) 스님이 펴낸 '안녕, 다람살라'(운주사)다.

송광사로 출가한 스님은 10년간 선방(禪房)에서 수행한 후 1988년부터 인도 다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를 모시고 수행하다 2018년 말 귀국해 강원도 영월 작은 집에서 수행하고 있다. 책에는 31년 6개월 동안 '꼬레아 겔롱(한국 비구)'으로 살면서 곁에서 본 달라이 라마의 모습과 수행·봉사 이야기가 펼쳐진다.

청전(오른쪽) 스님 초청으로 한국에 온 티베트 노스님들이 환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이미 '살아 있는 부처'로 추앙받고 있다. 물론 신기한 일이 많기는 하다. 수많은 사람이 참석한 법회 후 기념품으로 작은 불상을 나눠주면서도 누가 두 번, 세 번 받아가는지를 정확히 짚어내 주변을 놀라게 한다. 그러나 '신격화'는 스스로 거부한다. 꿈속에서 자신을 만난 후 난치병을 고쳤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모두 당신들의 믿음이지요. 저에겐 그런 힘이 없어요. 저도 여기가 아파서 약을 바르거든요"라며 팔에 난 생채기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청전 스님은 '위선이 없고, 늘 공부하며, 언제나 겸손한 수행자'로 달라이 라마를 기억한다. 달라이 라마는 숙소에 작은 부처님 고행상(苦行像)을 모시고 있다. "우리 출가자들은 부처님을 기릴 때 이런 난행고행의 부처님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이유다.

그는 30년 동안 인도와 파키스탄 오지에 의약품·생필품을 전했다. 히말라야 산중에서 평생을 보내는 티베트 노승(老僧)들을 모시고 바다 구경, 한국 구경도 시켜 드리고 틀니도 맞춰 드렸다. 이런 보살행으로 2015년 만해실천대상을 받았다.

인도든 한국이든 종교의 세속화는 그에게 걱정거리다. 세속화, 물질문명의 힘은 세다. 히말라야 오지의 사찰 고위 인사까지 1년 내내 외국을 돌면서 '돈벌이'에 나서는 세상이다. 그가 싫어하는 성직자는 '반말하고, 군림하는 사람'이다. 반면 추구하는 성직자의 모습은 '청정하고 청빈하며 겸손하고 공부하는 사람'이다. 청전 스님이 아쉬워하는 것은 '내면의 꽃을 피우는 사람이 드물어지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