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영향으로 日 적설량 60년 만에 최저

매년 스키를 즐기려는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일본 스키장이 올해 최악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일본 적설량이 6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며 스키장 곳곳이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설질(雪質)이 가벼우면서도 뭉치지 않아 '파우더 눈'으로 유명한 홋카이도의 니세코 스키장은 좀처럼 눈이 내리지 않아 땅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고, 삿포로 스키장에서는 예정된 스키 대회가 취소되기도 했다.

이번 겨울 일본의 적설량이 6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일본 스키장들은 가장 힘든 한해를 보내고 있다.

남쪽 스키장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1998년 동계 올림픽을 치른 나고야의 스키장 경사면에는 눈이 녹아 곳곳에 풀포기가 보인다. 일본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雪國)’의 배경지로 유명한 니가타의 적설량도 예년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적설량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1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세계적인 기후 변화로 유난히 따뜻하고 건조한 겨울 날씨가 이어진 탓이다. 올해 1월 니가타 적설량은 8cm로 지난 30년 평균 106cm를 크게 밑돌았고, 자오 스키장이 있는 일본 야마가타의 적설량 역시 1cm에 불과했다.

적설량이 줄어 땅바닥이 드러난 홋카이도 삿포로 스키장.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춘절을 맞아 중국과 홍콩, 대만에서 스키를 즐기려는 관광객이 일본 스키장을 방문하겠지만 눈이 희귀해진 환경에 크게 실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또 일본 스키장을 강타한 기후 변화는 스키 명소인 유럽의 알프스와 한국에도 영향을 미쳐 이들 국가의 스키장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스키장은 1980년대 엄청난 붐을 일으켰다. 하지만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간 경기 침체에 빠지고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스키 사업은 빠른 속도로 위축됐다. 1998년 일본의 스키(스노우보드 포함) 인구는 1800만명에 달했지만, 2016년 580만명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