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대북(對北) 정책에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했던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여권의 공세가 19일에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가 동맹국에 대한 예의와 노력을 충분히 이어온 만큼 해리스 대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동맹국에 대한 예의를 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인사들은 남북 관계의 속도 조절을 요구한 해리스 대사에게 지난 17일 "조선 총독"이라고 비판했었다.

민주당에선 해리스 대사가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인종주의' 발언이 이어졌다. 박범계 의원은 페이스북에 "스스로 일본계라 칭하는 해리스 미국 대사의 무례 작렬"이라고 했고, 정재호 의원도 "해리스 대사는 1956년 일본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일본인이다. 즉 일본계 미국인"이라고 말했다.

친여(親與)·친문(親文) 단체들은 규탄 집회를 열거나 비판 성명을 내고 있다. '평화 이음'은 '21세기 조선 총독, 해리 해리스를 규탄한다'는 성명에서 "(해리스는) 추방당하고 싶지 않으면 입을 다물고 지내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 대사관 인근에선 아침저녁으로 반미(反美) 집회가 열렸다.

18일 오전 민중민주당 당원 40여명은 미 대사관 인근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해리스의 발언은) 미국의 허락 없이는 한 발자국도 내딛지 말라는 협박"이라고 했다. 오후에는 민노총·참여연대 등 회원 200여명이 "해리스 대사가 식민지 총독 행세를 하고 있다"며 대사관을 향해 함성을 질렀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유튜브에서 "해리스 대사는 자기가 무슨 총독인 줄 안다"고 비판했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라디오방송에서 해리스 대사에게 "무례하다"고 말한 뒤 'Who let the dogs out(누가 개를 풀어놨나?)'이라는 제목의 팝송을 틀었다. 대사를 개에 비유한 것이다.

외신 기자도 타깃이 됐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한국인 기자는 해리스 대사 인터뷰 기사를 썼다가 트위터에서 17일 '검머외(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뜻) 기레기' 같은 댓글 공세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