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영국의 데이비드 린 감독이 만든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는 영화의 시작 부분부터 아주 인상적이다. 첫 장면은 사막의 지평선 끝에서 까만 점이 하나 시야에 들어온다. 롱 테이크 촬영 기법으로 잡은 이 장면은 까만 점 하나가 먼지를 일으키며 점점 다가오는 장면이다. 검은색 아랍 터번을 두른 오마 샤리프가 낙타를 타고 나타난다. 그리고 멀리서 장총을 발사하여 자기 구역 내의 우물에서 허가 없이 물을 먹은 자를 쏴 죽여 버린다. 사막 저 끝에서 등장하는 오마 샤리프의 장면을 찍기 위하여 데이비드 린 감독은 특별히 450㎜ 렌즈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영화 사상 인물의 등장 신 가운데 가장 멋진 장면이라고 회자된다. 오마 샤리프는 이 영화를 찍고 나서 국제적인 스타로 떴다.

나는 윤석열을 보면서 이 장면이 생각났다. 지평선 멀리서 점 하나가 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오고 있는데, 가까이 왔을 때 보니까 손에는 장창(長槍)이 쥐어져 있다. 일본의 세키가하라 전투에서도 장창이 효력을 발휘하였다. 보통 2간창은 3.6m, 3간창은 5.4m 길이다. 윤석열이 들고 있는 창은 5m 길이쯤 되려나. 5m 길이의 장창을 휘두르려면 체중도 나가고 키도 어느 정도 커야 한다. 윤석열의 체격 조건은 여기에 부합된다. '윤가창(尹家槍)'은 꼬치구이 전문이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에서부터 적폐 청산, 조국 수사, 울산시장 사건까지를 장창에 꼬치구이처럼 꿰었다. 장창은 일이관지(一以貫之)의 상징이다. 그 '일이관지'는 불법이 있으면 살아 있는 권력, 정권 실세라도 전부 수사하겠다는 신념일 것이다. 장창을 들고 있는 윤석열을 잡기 위하여 살아 있는 권력 쪽에서는 자객을 보내기보다는 쇠그물을 준비하고 있다. 장창과 맞설 수 있는 칼잡이 자객은 현재 없다. 오직 쇠그물로 덮어씌워 장창을 잡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윤석열이 쇠그물에 포박당해 순교자가 되면 한국 현대사에서 가인(街人) 김병로(金炳魯·1887~1964) 이래의 법조계 인물로 등극할 예정이다.

지상의 백병전에 윤가창이 있다면 공중에는 진가권이 있다. 진가권이 구사하는 철사장(鐵沙掌)은 공중폭격이다. 공중폭격이라면 바로 워딩을 가리킨다. 진중권은 워딩의 귀재이다. 선거에서는 워딩이 공중에서 떨어지는 폭탄에 해당하고, 지상에서는 땅개 작전이 벌어진다. 윤가창과 진가권이 현 시국을 쌍끌이로 끌고 있다. 로펌에 김앤장이 있다면 현 시국에는 ‘진앤윤’이 있다. 난세가 되어야 인물 나온다는 말은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