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섭 경제부 기자

최근 일선 공무원들의 안이한 근무 태도와 부당한 수당 빼먹기 실태를 폭로한 '공무원 공화국' 시리즈가 나간 뒤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주요 포털사이트에 올라간 기사에는 하루에만 수천 개의 댓글이 이어졌다. 표(票)에 눈이 멀어 공무원 증원에 팔을 걷어붙인 정부의 무책임과 '철밥통' 공무원 조직을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공익근무요원들을 통해 들은 공무원들의 근무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한가하고 감시가 허술한 곳에서 일하는 공무원 중에는 술 마시러 가서 안 들어오거나 근무 시간에 3~4시간씩 운동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근무 중 영화·드라마 시청 등의 딴짓과 근무·출장 기록을 허위 입력해 수당을 타내는 부정행위는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기자가 가장 분노한 사례는 지방의 기념관장 A씨였다. 기사에서는 "오전 10~11시쯤 출근해 점심 먹고 낮잠 자고 놀다가 오후 4~5시쯤 퇴근한다"는 정도로만 소개됐다. A씨는 해당 지역에서 불성실한 근무 태도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A씨는 9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5급(사무관)까지 올랐다. 일반 회사였으면 진즉에 해고됐을 사람을 A씨가 속한 지방자치단체는 근속 연수에 맞춰 매번 승진까지 시켜줬다. 직급과 정년을 2~3년 앞둔 호봉을 고려할 때 각종 수당, 상여금 등을 합한 그의 연봉은 7000만~8000만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직전 근무지에서 하급자에 대한 갑질과 성추행으로 6개월 정직 처분을 받기도 했다. 해당 지자체는 '불량 직원' A씨에게 복직과 함께 '날개'까지 달아줬다. 상부의 감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외부 기관장 자리에 앉힌 것이다. 덕분에 A씨는 제멋대로 행동하며 온갖 비위를 저지르고 있다. 그렇게 일하면서도 그는 정년까지 아무 문제 없이 월급을 받고, 퇴직 후에는 두둑이 공무원 연금도 받을 것이다. 그 돈은 모두 국민이 낸 세금에서 나온다.

공무원들의 사례는 우리나라 청년들이 왜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는지 어느 정도 설명해준다. 아무리 대충 일해도 잘릴 일 없고, 대형 사고를 쳐도 정직·감봉 처분에 그치며 근속 연수에 따라 월급은 계속 오르고 별도 수당까지 타 먹기 쉬우니 이 얼마나 꿈의 직장인가. 9급 공무원 시험에 고등학생은 물론 명문대생과 대기업 직장인까지 달려드는 이유다.

무턱대고 공무원을 늘리기만 할 게 아니라 한가하게 일하는 공무원을 다른 근무지로 재배치해 인력 운용의 효율화를 추진하고, 근무 감시 시스템을 철저히 가동하면서 A씨와 같은 공무원에겐 가차없이 파면·해임 등의 중징계를 내리고, 직무·성과 중심의 급여 체계를 도입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가 이뤄진다면 '공무원 열풍'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비정상적 공무원 열풍의 원인은 '청년'보다는 '국가'에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