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손민영 탐험대원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보스턴의 비영리 공유 주방 '커먼웰스 키친' 입구. 보스턴 시내에서 샌드위치를 파는 푸드트럭 '더다이닝카' 직원 두 명은 고기와 각종 야채를 섞어 샌드위치 속 재료를 만들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이들은 완성된 음식을 상자에 담고 주방을 깨끗하게 비웠다. 뒤이어 비빔밥을 파는 푸드트럭 '비빔박스' 사장 부부가 들어왔다. 테이블 위에 이번엔 밥과 각종 나물이 올랐다.

몇 년 전만 해도 집이나 식당에서 주방은 꼭 필요한 공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포장 주문이나 음식 배달이 늘면서 주방뿐 아니라 식당도 개념이 변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에 관심을 갖게 된 나는, 이달 초 공유 경제와 첨단 기술이 결합해 우리보다 한발 앞서 '주방의 혁신'을 겪고 있는 미국 보스턴으로 향했다. 2014년 문을 연 커먼웰스 키친은 비영리 단체이자 보스턴의 가장 대표적인 공유 주방이다. 매년 평균 약 30개 업체가 지원하며 이 중 15~20개 업체가 뽑힌다. 선발된 업체는 1시간에 35달러(약 4만원)만 주면 거대한 냉동 창고와 대형 화로 등 하나에 수만달러가 넘는 고급 설비를 갖춘 주방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비빔박스'를 운영하는 저스틴 원·최지현씨 부부는 "커먼웰스 키친을 사용한 후 순익이 약 3배가량 늘었다"라고 했다. 이들은 과거에 별도 공간을 임차한 후 사설 업체에서 비싼 장비를 빌려다가 썼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커먼웰스 키친은 매년 15~20업체를 뽑아 고급 설비를 갖춘 공유 주방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업체는 1시간에 35달러를 내고 주방을 쓴다.

젠 파이겔 커먼웰스 키친 대표는 "여성·이민자 등 소수 계층을 우선 선발하며, 이들이 적은 초기 비용으로도 성공적인 사업 모델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다"고 했다. 시카고의 '그린서밋그룹',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의 '키친 타운' 등도 비슷한 형태의 공유 주방을 운영한다.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배달 전문 업체인 '딜리버루'는 2017년 공유 주방 서비스 '에디션스'를 시작했다. 스탠퍼드대 '푸드이노' 연구소 김소형 박사는 "미래의 주방은 단순히 식사를 준비하는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변화해 사교와 협업의 공간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