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 수학이 얼마나 많이 숨어 있는지 아세요?"

신간 'AI 시대, 내 아이를 위한 수학 티칭'의 저자 황정인(58)씨가 기자를 만나자 질문부터 던졌다. 그는 테이블에 놓인 두 개의 유리컵을 가리켰다. "둘 다 커피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한쪽은 좀 더 진하고 다른 쪽은 묽다는 사실을 통해 농도의 원리를 생각할 수 있어요.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얼마나 실생활과 연관된지 모른 채 문제만 풀기 때문이에요. 정답을 맞히는 방식을 알려주기보단 실생활에서 활용되는 사례나 교구를 이용해 수학을 즐기게 해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게임을 활용해 수학 수업을 펼치는 황정인 원장.

◇재밌으면 시키지 않아도 한다

동국대학교 수학교육과를 졸업한 황씨는 현재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서 수학학원을 운영 중이다. 유튜브 채널 '정인TV'를 통해서도 학생들과 만난다. 그가 수학을 가르칠 때 지향하는 건 '재미'. 관심이 있어야 자발적으로 학습을 이어나가기 때문이다. 황씨는 주변에서 수학이 쓰이는 사례를 찾게 하거나 보드게임을 활용해 흥미를 돋운다고 했다. 이 중 게임을 이용한 수업이 특히 인기다.

"학생들에게 '안 풀리는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밤을 새운 적 있느냐'고 물었어요. '게임이라면 모를까 수학 문제로 밤을 새우지는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죠.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수학의 재미를 느끼게 해줄까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게임과 수학을 연결해보자 싶었어요."

황씨는 공간도형 게임인 루미스를 비롯해 트래버스, 펜타고 등의 보드게임을 활용했다. 그는 "실제로 초등학생 한 집단은 문제만 풀고, 다른 한 집단은 루미스 게임을 하게 했다"며 "일주일 뒤 도형과 관련한 시험에서 게임을 한 학생들의 성적이 훨씬 좋았다"고 말했다.

"수학을 재미없어 하던 학생들도 게임을 접목하니 즐겁게 원리를 터득하더라고요. 게임 중간 질문을 던져 교육적 효과를 더 높이려 했어요. 도형을 이용한 트래버스를 할 땐 '만약 도형을 포장한다면, 어떤 도형에 가장 많은 포장지가 필요할까?' 하고 물어 도형의 넓이까지 익히게 했죠."

◇한 문제라도 스스로 풀게 해야

황씨는 수포자(수학 포기자) 양산을 막기 위해서는 기다리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학 교육에도 '빨리빨리' 문화가 적용돼 짧은 시간 내 문제를 풀고 맞히게 합니다. 학생들이 직접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기쁨을 맛보고 수학과 가까워지려면 한 문제라도 충분히 고민하고 해결하는 경험이 중요해요."

그가 가르쳤던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이 꼭 그랬다. 수학 성적이 유독 낮았던 학생으로, 어느 날 2를 100번 곱했을 때 값이 궁금하다며 직접 계산에 나섰다. 이틀을 꼬박 공들인 뒤에야 답을 알아냈고, 이를 계기로 수학에 재미를 붙이게 됐다.

황씨는 "아이의 부모는 2를 반복해 곱하는 시간을 시간 낭비라 여기지 않고, 오히려 격려해줬다"며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기다려 준 게 이 학생이 수학을 두려워하지 않고 잘하게 된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수학적 사고 능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문제 해결력을 키워주는 필수 덕목이에요. 교육 혁신을 통해 이런 능력을 키워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