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초등학교에 첫발을 내디딜 자녀를 둔 부모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자녀가 친구들과는 잘 지낼지, 수업에 뒤처지지는 않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예비 학부모를 위해 베테랑 초등 교사들이 그간 1학년 담임을 맡으며 터득한 노하우를 풀어냈다. 자녀를 처음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다.

지난 8일 신입생 예비소집을 진행한 서울 용산초에서 예비 초등생들이 부모와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가방은 납작하게 잘 눌리는 제품으로

준비물은 미취학 아동을 둔 부모가 입학 전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이다. 그중에서도 자녀가 매일 메고 다녀야 할 책가방은 부모의 주된 관심사다. '초등학교 입학&생활 가이드' 저자인 주슬기(40) 서울 경복초 교사는 "기능의 다양성보다는 가방이 납작하게 잘 눌리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교에서는 가방을 사물함에 넣거나 책상에 달린 고리에 걸어 보관하는데, 가방이 딱딱하면 사물함에 제대로 들어가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이 책상 옆에 둔 가방에 걸려 넘어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학용품 역시 기본 기능에 충실한 제품이면 된다. 보석이 박혀 있거나 거울이 달린 연필, 접었다 펴는 자 등 기능이 다양하면 오히려 자녀의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있기 어려워하는 아이라면 더욱 그렇다.

"학용품마다 이름표를 붙여야 한다는 점은 다들 알고 계실 거예요.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가 색연필이나 사인펜, 크레파스 케이스에만 이름을 적거나 이름표를 부착합니다. 만들기나 그리기 활동을 할 때 케이스가 아닌 사인펜이나 풀 뚜껑, 색연필 한 자루씩 책상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번거롭더라도 뚜껑과 펜 하나하나에 전부 이름표를 붙여야 합니다."(주 교사)

◇대형마트나 백화점서 화장실 이용 연습

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많아 유치원처럼 교사가 한 사람씩 세심하게 돌봐주는 데 한계가 있다. 화장실 가기, 밥 먹기 등 아이 스스로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대비를 해야 한다. 원활한 화장실 이용을 위해 화변기(쭈그리고 앉아서 대소변을 보게 된 수세식 변기) 사용법, 용변을 보고 난 뒤 물티슈가 아닌 휴지로 뒤처리 하는 법 등을 알려주는 식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집이 아닌 곳에서 혼자 화장실을 이용하게 하거나 입학식 당일 교실부터 화장실까지 부모와 함께 이동하면서 예행연습을 해봐도 좋다.

'한 권으로 끝내는 초등학교 입학준비'를 쓴 김수현(36) 서울 정수초 교사는 "1학년 학생 중 용변이 마려운 기분이 든다며 자꾸만 화장실에 가는 아이들이 있다"며 "긴장해서 일어나는 일이니 아이를 다그치지 말고 담임에게 이 사실을 전달해두라"고 말했다. 아이가 바지 단추를 풀지 못하거나 지퍼를 내리고 올리는 일에 능숙하지 않다면 고무줄 바지를 입혀 화장실에서 스스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나올 수 있도록 한다.

급식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학교는 학기 초 가정통신문을 통해 식품 알레르기 조사를 하고 월마다 식단표에 알레르기 정보를 제공한다. '초등학교 1학년 열두 달 이야기'의 저자 한희정(45) 서울 정릉초 교사는 "문제는 입학식 바로 다음 날부터 급식을 먹기 시작한다는 것"이라면서 "가급적이면 입학 당일 아이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식품명과 증상을 구체적으로 적어 담임에게 주길 바란다"고 했다.

◇하교 후에는 긍정적인 경험 떠올리는 질문 위주로

성적 경쟁에서 한 번 뒤처지면 따라잡을 수 없다는 생각에 1학년 때부터 자녀에게 과도한 선행학습을 시키는 부모들이 있다. 그러나 교사들은 1학년 수업이 크게 어렵지 않고 모르는 내용이 생겨도 가정에서 복습을 통해 충분히 익힐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한 교사는 "인지 발달 속도가 선행학습 수준과 맞지 않을 때는 오히려 학습 흥미를 저해하는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꺼번에 많은 사교육을 접하게 하거나 방과 후 수업을 많이 듣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여러 교사를 새롭게 만나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서 정신·체력적으로 지치고 혼란스러워 할 수 있다. 자녀가 원하거나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3월에 개강하는 1분기 수업은 아이의 체력, 적응력 등을 고려해 최소한으로 신청하는 게 바람직하다.

입학 전 수업에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하고 싶다면 운필력 기르기를 권한다. 운필력은 필기구를 손에 쥐고 글자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힘이다. 김 교사는 "운필력의 기초는 선 긋기다. 힘 있게 직선을 그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필을 갖고 놀 기회를 많이 주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색칠북에 색을 칠하면서 운필력을 길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 교사는 "1학년 때는 학교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기만 해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학습 면에서 부족한 부분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충분히 보강할 수 있지만, 학교에 대해 한 번 박힌 이미지는 시간이 지난다고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교는 즐거운 곳이고 배움은 재밌다는 인식을 갖게 해주세요. 하교 후 자녀에게 '누가 많이 혼났어?'처럼 부정적인 경험을 떠올리게 하거나 '누가 가장 질문을 많이 했어?' 같이 친구와 비교하는 질문보다는 '오늘은 뭐가 가장 재밌었어?'처럼 긍정적인 경험을 돌이켜 생각하는 질문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