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 경제가 미·중 무역 갈등과 내수 부진 등의 영향으로 6.1% 성장하는 데 그쳤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유혈 사태 여파 등으로 1990년에 성장률이 3.9%까지 떨어졌던 이후 29년 만에 최저이다.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9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99조865억위안(약 1경6700조원)으로 전년 대비 6.1% 증가했다. 2018년 성장률(6.6%)보다 0.5%포인트나 하락했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노선을 택하고 경제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1980~1990년대에 9차례나 연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일 만큼 고도 성장기를 구가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5년 연속(2003~2007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고성장세를 이어갔으나 그 이후로는 2010년(10.6%)을 제외하곤 내내 한 자릿수 성장률에 머물고 있다. 2015년부터는 본격적인 '바오류(保六·6%대 성장률)' 시대에 접어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 UBS 등 국제기구와 투자 기관들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보다 0.1%포인트 하락한 6.0%를 제시하는 등 둔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 이상재 팀장은 "중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내수 소비가 고령화와 가계 소득 증가세 둔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진할 것"이라며 "미·중 간 1단계 무역 합의가 타결됨에 따라 중국 정부가 지난해보다는 다소 축소된 경기 부양책을 펼 가능성이 높은 것도 중국 경제엔 악재"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중 무역 갈등과 국가 발전 단계에 따른 중국 경제의 자연스러운 '중속(中速) 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지난해 6.1%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충분히 선방한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해 연간 '6.0~6.5%'의 연간 성장률 목표를 세웠는데 결국 이를 달성했고, 5%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6.0%를 기록하는 등 극심한 경기 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삼성증권 전종규 연구원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 중국의 경제 규모는 이미 10년 전의 2.5배까지 커진 상태이고, 이에 따른 성장세 둔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관건은 향후 '바오우(保五·5%대 성장률) 시대'를 얼마나 오랫동안 끌고 갈 수 있는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