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승리를 확정한 상황에서도 원주 DB 두경민은 종료 직전 버저비터 3점슛을 넣었다.

지난 15일 원주 DB와 서울 SK의 원주 경기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 하나 나왔다. DB가 91―82로 승리를 굳힌 4쿼터 종료 7.1초 전, 이상범 감독이 선수들에게 큰 소리로 "빨리 공격해"라며 소리쳤다. 공을 쥔 두경민이 쇄도해 서둘러 3점슛을 던져 종료 버저와 동시에 림을 갈랐다. 보통 승리를 굳힌 팀이 이처럼 종료 직전 버저비터를 시도하는 것은 드문 일. 상대팀 SK의 최준용과 전태풍은 "승패가 이미 결정됐는데 너무한 거 아니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최하위 팀도 "봄 농구 포기 안 해"

왜 이상범 감독은 상대를 자극하는 지시를 내린 걸까. 그 이유는 '득실 차' 때문이다. DB는 이날 경기 전까지 SK와의 세 차례 맞대결에서 득실 차 -2를 기록 중이었다. 만약 양팀이 시즌 종료 때 승패가 같을 경우엔 득실 차로 순위를 가린다. 실제로 현재 3위인 DB는 이날 승리로 공동 1위와의 승차를 1.5게임으로 줄이면서, SK와의 상대 전적 3승1패, 득실 차 +10을 기록했다.

이 감독이 득실 차에 매달린 것은 올 시즌 남자프로농구가 자칫 방심하면 순위가 뒤집히는 살얼음판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올스타 휴식기에 접어든 16일 현재 1위가 두 팀(서울 SK·안양 KGC)이며, 이들과 5위인 전주 KCC와의 승차는 단 3경기다.

플레이오프 커트라인인 6위 역시 부산 KT와 울산 현대모비스 등 두 팀이며, 이들과 최하위인 고양 오리온의 승차 역시 4경기에 불과하다. 오리온의 추일승 감독은 최근 "플레이오프 진출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력 평준화로 1점 차 승부 많아져

올 시즌 전체 270경기 중 165경기를 치른 16일 현재 1점 차로 희비가 엇갈린 경기는 총 15경기. 역대 최다 기록(19회·1999~2000, 2018~2019 시즌)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만큼 팀 간 전력이 엇비슷해지면서 박빙 승부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또 하위 팀이 상위 순위 팀을 잡는 경우도 허다하다. 올해 초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던 서울 SK는 맞대결 당시 순위가 8, 9, 10위였던 현대모비스, LG, 오리온에 연달아 패해 한때 1위 자리를 내줬다. 공동 1위인 KGC 역시 지난 11일 9위 LG에 덜미를 잡히는 등 혼전 양상이 이어진다.

공동 1위인 SK와 KGC는 각각 21승12패, 승률 63.6%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시즌 우승팀 현대모비스의 시즌 승률 79.6%(43승11패)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진 수치다. 또 역대 정규리그 1위팀 최저 승률(현재 현대모비스 2008~2009시즌 64.8%)보다도 낮다. 남자 농구는 오는 19일 열리는 올스타전으로 잠시 휴식기를 가진 뒤 21일부터 재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