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근무한 학교를 상대로 "학사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총 7억원의 퇴직금을 뜯어낸 해직교사 7명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이상훈 판사는 "학교가 저지른 졸업생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위조 등 학사 비리를 언론에 폭로하겠다"고 학교를 협박해 약 7억원의 퇴직금을 타낸 혐의로 기소된 홍모(55)씨 등 50대 해직 교사 7명에게 각각 징역 4~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한 대안학교에서 20년 넘게 교사로 일한 홍씨 등은 지난 2014년 3월 이사장 김모씨에게 사직을 권고받았다. 당시 학교는 구청 지원금이 끊기고 학생이 줄어드는 등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았다.

사직 권고를 받은 홍씨 등은 이 학교 2004년도 학생부가 조작된 흔적을 발견하고는, 그해 9월 교감 등 학교 관계자들을 만나 협박하기 시작했다. "자료가 많은데 터뜨리면 학교가 폐교될 것" "퇴직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우리가 확보한 학교의 학적위조 등 비리자료를 언론과 감사원 등에 폭로하겠다" 등의 내용이었다. 이들이 요구한 것은 '퇴직 위로금'. 협박에 시달리던 학교 측은 결국 이듬해 3월 이들 7명에게 각각 1억원 안팎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이들은 법정에서 자신들의 행위를 "일종의 자구(自救) 행위"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학적 위조 등 비리가 실제인지와는 관계없이 이를 폭로할 것처럼 말한 것은 협박"이라며 "(그런 행위는) 정당행위나 자구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들 모두 열악한 시설과 환경에서도 청춘을 바쳐 근무했던 직장에서 원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사직하게 돼 경위에 참작할 부분이 있다"며 "학교 측의 의사에 따라 권고사직을 하게 된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