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미권을 휩쓸고 있는 '오케이 부머(Okay Boomer)' 논란이 미국 대법원까지 상륙했다. '오케이 부머'는 전후(戰後) 1946~1964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를 말 안 통하는 기성세대로 여기는 젊은이들의 반발심을 표현한 속어다. '됐거든요 꼰대' 정도의 의미다. 지난해 뉴질랜드의 25세 의원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급진적 법안을 주장하다 선배들의 야유를 받자 "오케이 부머, 당신들은 풍요롭게 살았지만 우리 세대는 사치 부릴 여유가 없어요"라고 외쳐 유명해졌다.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15일(현지 시각) 열린 공판은 이 유행어에 담긴 세대 갈등이 얼마나 민감한 사회문제인지를 보여줬다. 문제가 된 사건은 보훈부 소속 약사인 노리스 밥이란 60대 여성이 인사고과가 좋은데도 나이가 많다고 모욕당하고 승진에서 누락됐다며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이다. 그는 '지적 대마왕(squeaky wheels)' '앵앵대는 할머니(mow-mows)' 같은 말을 듣다가 젊은 후배들에게 밀려났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밥에게 가해진 인사 불이익이 나이 차별 탓인지 입증하기 어렵다고 맞섰고, 1심과 2심 결론도 엇갈렸다. 미국 대법원은 이념·가치 논쟁을 일으키는 난제(難題)들만 골라서 심리한다. 이 사건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존 로버츠(64·사진) 대법원장이 밥의 변호인에게 "나이 어린 상사가 연장자인 직원에게 '오케이 부머' 한마디 했다고 칩시다. 기소 가능할까요?"라고 물은 것이다. 자신이 베이비부머인 대법원장이 이 사건을 '오케이 부머 사건'으로 규정하고, 이례적으로 비속어를 입에 올리자 법정엔 폭소가 터졌다고 CNN 등은 전했다.

변호인이 머뭇대자 대법원장은 "(직장 내) 표현의 자유로 볼 수도 있겠죠?"라며 "그럼 '오케이 부머' 낙인이 업무 배정에 영향을 미쳤다면요?"라고 재차 물었다. 변호인은 "당연히 기소감"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번엔 스티븐 브라이어(81) 대법관이 "승진을 심사하는 상사가 '난 82세 이상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요?"라고 물어 또다시 폭소가 터졌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대법관들에게도 '오케이 부머'가 남의 일이 아닐 것"이라며 이들이 세대 간 갈등과 상처를 얼마나 지혜롭게 풀어낼지 주목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