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 태국서 성전환 수술한 육군 부사관
조기 전역 권고 거부… "여군 근무 희망"
軍, 22일 전역 심사… '복무 中 성전환 남성' 근무 규정은 없어
군인권센터 "성전환에 따른 복무 부적합 근거 미약"
A 하사, 성별 정정 허가 신청… "전역 결정 나면 소송 불사"

전차(탱크) 조종사로 복무 중인 20대 남성 A 하사가 휴가 중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복귀했다. 군 당국은 A 하사에게 전역을 권고했지만 그는 "여군으로 복무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 하사가 복무를 계속하게 되면 1948년 국군이 창설된 이후 72년 만에 ‘트랜스젠더 군인’이 탄생한다.

조선DB

16일 육군과 군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경기 북부 지역의 한 육군 부대에 복무 중인 A 하사는 휴가를 이용해 외국으로 나가 성전환 수술을 마치고 복귀했다. 그는 여군으로 계속 근무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전환했을 뿐, 군복무에 필요한 신체활동에는 이상이 없다는 게 이유다.

A 하사의 복무 지속을 지원하고 있는 군인권센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군 최초의 성전환 수술, 트랜스젠더(MTF·Male to Female·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하는 것) 부사관의 탄생을 환영한다"며 "당사자의 희망에 따라 복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전환 수술 부대에서 알고도 승인…"절차상 문제 없다"
A 하사는 전차 조종사로 복무 중이던 지난해 6월 국군수도병원에서 '성별 불쾌감'(gender dysphoria·자신이 다른 성으로 잘못 태어났다고 느끼는 상태) 진단을 받았다. 이후 장기간 심리상담과 호르몬 치료를 받았고, 같은 해 12월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한국군 최초의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스젠더 부사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A 하사의 소속 부대도 A 하사가 외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을 것이란 점을 알고 있었고, 공식 휴가로 처리돼 절차상 이상이 없다고 주장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장은 "현역 장병이 국외여행을 하려면 여행 목적을 설명하고 부대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해당 부대는 성전환 수술이라는 여행 목적을 알면서도 A 하사의 해외 휴가를 승인해줬다. 해당 부대 여단장을 비롯해 육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까지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A 하사는 부대 복귀 후 군 병원에서 의무 조사를 받았다. 군 인사법 및 시행규칙에 따르면 군 병원의 의무조사에서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군인은 전공상(전투에서 입은 부상) 심의와 전역 심사를 거쳐야 한다. 군 병원은 A 하사에게 신체 일부를 손실했다는 이유로 ‘비(非)전공상 심신 장애 3등급’ 판정을 내렸다.

육군 관계자는 "음경 훼손 5등급, 고환 적출 5등급 장애로, 규정에 따라 5등급이 2개면 심신 장애 3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며 "심신 장애 3등급이면 전역심사 대상자가 된다"고 했다.

◇난감한 육군… "근무 가능" VS "규정 없다"
육군은 오는 22일 전역심사위원회를 열어 A 하사의 전역 여부를 심사할 예정이다. 앞서 군은 A 하사에게 조기 전역을 권유했다. 하지만 A 하사는 전역을 거절하고 자신의 주특기인 기갑병과 전차승무특기에서 여군으로 계속 근무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전역심사위 회부 근거가 된 심신장애 3급 판정 자체가 "기계적인 의학적 판단에 의해서만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대희 가톨릭대학교 응급의학과 임상 조교수의 소견을 인용해 "성전환 수술의 부작용은 호르몬요법과 운동, 식이요법 등으로 대체 가능하다"며 "고환절제술(성전환수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군 복무에 부적합다고 볼 의학적 근거는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 소견"이라고 했다.

하지만 군은 규정이 없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군은 여성성 지향이 강한 남자에 대해 ‘성 주체성 장애’로 분류해 입영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성 정체성을 숨기고 입대한 성소수자들은 ‘관심사병’으로 분류돼 감시의 대상이 된다. 다만 입대 전 남성이 성전환수술을 해 여성으로 호적상 성별을 바뀔 경우 병역은 면제된다.

이번 사례처럼 입대한 남성이 복무 도중 성전환을 받은 뒤, 복무를 계속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규정이 별도로 없는 상태다. 육군 관계자는 "군 복무 중 성전환자의 계속 복무 허용 문제는 규정이나 전례가 없다"며 "군의 특수성, 국민적 공감대, 법적인 문제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할 정책적 사안"이라고 했다.

군인권센터는 "A 하사는 절차에 따라 전역심사위에 회부된 상태이지만, 이에 따라 반드시 전역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성전환 수술에 따른 성기 적출을 심신장애로 판단해 전역심사위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육군이 이미 성별 정정 과정 전반을 승인한 바 있고, 당사자를 포함해 소속부대도 A씨가 계속 복무하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어 전향적인 결과를 기대한다"고 했다.

◇신분상 여성이 된다면… 軍 "예상 불가능, 논의 필요"
A 하사는 다음주 육군본부 전역심사위 개최 연기를 위해, 연기신청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A 하사는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을 여성으로 정정하기 위해, 관할 법원에 성별정정허가를 신청했다. A 하사는 성별 정정 신청이 관할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뒤, 전역심사위를 열어도 된다는 의견서를 함께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권센터는 A 하사가 남성이기 때문에 전역 대상자가 됐고, 신분상 여성이 될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육군은 A 하사가 신분상 여성이 될 경우에 대해서는 "가정해서 말하기 어렵고,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부사관의 의무 복무 기간은 남자와 여자 동일하게 4년이다. 따라서 2017년 입대한 A 하사의 근무기간은 약 2년이 남은 상태다. 하지만 군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A 하사는 장기 근무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군편제 상 이미 기갑병과에는 여성 장교와 부사관이 배치된 만큼, 여성으로서 근무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육군 관계자는 "현재까지 연기신청서가 접수된 것은 없다"며 "신청서가 들어올 경우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토한 뒤 전역심사위 개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A 하사 측은 전역심사위에서 전역 판정이 날 경우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임 센터장은 "사실상 편견이 들어 있어 잘못된 것으로 전역심사위에서 만약 유감스럽게 전역 판정이 나면 끝까지 국가를 상대로 취소 소송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