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자신을 포함한 내각 총사퇴를 전격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대통령이 의회의 권한을 확대해 퇴임 후 실권을 유지하려는 형태의 개헌을 제안한 직후 나온 '깜짝 발표'다.

내각 총사퇴 발표는 15일(현지 시각) 부분 개헌을 제안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끝난 후 총리가 푸틴을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고 AFP통신 등은 전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국정연설을 통해 하원에 총리를 포함한 각료 지명권을 줘 의회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부분 개헌을 제안했다. 로이터통신은 "대통령의 권한을 의회로 옮겨, 푸틴이 크렘린을 떠난 다음에도 영향력을 유지하려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푸틴이 굳이 대통령직에 오르지 않더라도 실권 총리로 계속 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뜻이다.

이날 메드베데프 총리의 사임 발표는 국영TV를 통해서도 방송됐다. 푸틴 대통령은 옆에 앉은 메드베데프 총리에게 감사를 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메드베데프 총리가 국가안보회의의 부의장직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이 자리에서 "내각은 대통령에게 모든 필요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0~2008년 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연임한 푸틴 대통령은 3연임을 금지한 헌법 조항 때문에 총리로 물러났다가 2012년 대선을 통해 임기가 6년으로 늘어난 대통령직에 복귀했다. 이어 지난 2018년 3월 대선에서 승리해 4기 집권에 성공했으며, 2024년까지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푸틴의 이번 개헌 제안은 장기 집권을 위한 또 다른 계획이라는 의견이 많다. 드미트리 트레닌 모스크바 카네기센터장은 "2024년 임기 종료에 대비한 푸틴의 국가권력 재편 구상이 본격 가동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