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값이 급등한 일부 지역은 집값이 원상 복귀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실수요자들이 집을 살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불필요한 규제로 집값을 비정상적으로 급등시킨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양극화를 활용한 '부동산 정치'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원상회복의 기준이 언제냐. 서민들이 대통령 말 믿고 집 안 사고 기다려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대답이 불가능한 질문이다. 강력한 의지라고 생각해달라"고 답했다.

"서울 급등 지역 집값 떨어뜨릴 것"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집값이 너무 올랐는데, 취임 초기 수준으로 떨어뜨릴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부동산 투기를 잡고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 의지는 확고하다"며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집값이 오른 일부 지역은 가격이 원상 회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부동산 업계에서는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일부 지역의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정부가 주택 정책의 목표로 '집값 안정화'라는 표현을 쓴 적은 있지만, 국정 최고 책임자가 직접 집값이 떨어져야 한다고 공식 발언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갑자기 급락해도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더 내려가길 기대하며 안 사기 때문에 주거 안정 효과는 적은 반면,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평가를 다시 하면서 대출 한도가 줄어들고, 부실 대출이 늘어나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을 앞으로도 계속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 출범 초 '8·2 대책'을 내놓을 때 정부(국토교통부)는 "현 정부 내에서 더 이상의 대대적인 부동산 정책은 없다"고 했지만, 정부는 모두 18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고, 이제는 대통령까지 나서 '상시 전투태세'를 공식화한 것이다.

'서울 집값과의 전쟁'에서 패배했음을 인정한 셈이지만, 문 대통령은 "세계적으로도 서울보다 더 오른 곳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글로벌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2016년부터 3년간 서울 도심 아파트 값 상승률은 44.2%로 홍콩(29.3%)이나 미국 뉴욕(14.5%)을 크게 웃도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언론이 집값 올려?

문 대통령은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에 언론 책임도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 정책의 영향이 큰 것은 맞지만, 언론이 협조하지 않으면 대책이 제대로 먹히기 어렵다"며 "언론이 서민을 보호하는 데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가 집값 안정화 대책을 내도 일부 언론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식으로 보도하면서 정책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논리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경제의 기본에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예컨대 정부가 12·16 대책을 통해 시세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경기도 수원, 용인 등 비규제 지역에서는 신축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 언론은 이 같은 현상을 바탕으로 '풍선 효과'라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하지만 정부는 언론이 풍선 효과를 부추긴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각종 규제의 영향으로 서울 집값이 급등하고, 비규제 지역까지 집값이 오르는 것은 돈이 투자처를 찾아다니면서 생기는 현상"이라며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흐름을 무시하며 내놓는 부동산 정책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 역시 "현 정부 들어 반(反)시장적인 규제로 집값을 급등시켰지만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도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전문가들 의견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