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트로피는 높이 34㎝, 무게 3.85㎏이다. 위는 브리타늄 재질에 금박을 입혔고, 아래는 검은 대리석으로 돼 있다. 순수 제작비는 우리 돈 40만~50만원쯤이다. 하지만 수상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다. 생애 첫 후보로 지명되는 감독이나 배우는 몸값이 크게 치솟는다.

▶아카데미는 회원 8469명이 투표로 수상작을 정한다. 워낙 선망받는 상이다 보니 '아카데미가 좋아하는 작품' 분석이 나돈다. 회원 상당수가 영화 제작자, 배우, 성우처럼 영화 관련 분야에서 일하다 은퇴한 중산층 백인이어서 그 취향을 저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백인 배우와 작품을 선호하며, 외국어 자막을 관람 장애물로 여긴다고 한다. 봉준호 감독이 올 초 골든글로브상을 받은 뒤 현지 언론에 "자막의 장벽을 1인치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한 것은 괜한 말이 아니다.

▶흔히 '세계 3대 영화제'는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만 수상하는 아카데미상을 빼고 칸, 베네치아, 베를린에서 치르는 유럽 영화제를 꼽는다. 이곳은 10명 안팎 전문가를 심사단으로 위촉한다. 우리 영화는 1960년대 이후 이 영화제들로부터 경쟁·비경쟁 부문에서 끊임없이 초청받아 왔다. 수상 실적도 나쁘지 않다. 1987년 배우 강수연이 '씨받이'로 베네치아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이창동 감독의 '밀양', 김기덕 감독 '피에타' 등이 작품·감독·주연배우상을 받았다.

▶아카데미상은 1963년 신상옥 감독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로 처음 문을 두드린 이래 57년간 쉼 없이 도전했지만 수상은커녕 본선에 오른 적도 없다. 이창동의 '버닝'이 지난해 외국어영화상 부문 예비후보에 포함된 게 유일한 성과다. 한국인 중 아카데미 레드카펫을 밟은 이는 2016년 외국어영화상 부문 시상자로 나섰던 이병헌뿐이다.

▶영화 ‘기생충’이 작품·감독·각본·국제극영화·미술·편집 등 6개 부문에서 올해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으면 비영어권 영화로는 첫 수상이 된다. 감독상은 두 차례 상을 받은 대만의 이안 감독에 이어 아시아인으로서 두 번째가 된다. 어느 분야든 상을 받으면 한국인으로선 첫 기록이다. 일부에선 이 영화의 줄거리와 설정에 찬성할 수 없다며 비판하지만 해외에서는 크게 인정받고 있다. 한국영화가 올해로 101년째다. 지난해 칸영화제 대상을 받은 ‘기생충’이 새로운 100년을 여는 한국영화에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우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