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 '여명의 눈동자' 등에서 호연한 명품 배우
무속인 길 걷지만 "섭외 오면 배우일도 할 것"

각종 드라마에서 악역으로 명품 연기를 펼쳤던 배우 정호근이 수년전 무속인의 길을 가게 된 계기를 공개했다. 정호근은 ‘왕초’, ‘여명의 눈동자’ 등에서 인상 깊은 연기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된 연기파 배우 중 하나다.

14일 방송된 KBS1 교양프로그램 '아침마당' 속 '화요초대석' 코너에서는 무속인 겸 배우 정호근이 출연했다. 방송에 따르면 정호근은 약 6년 전 신내림을 받고 무속인이 된 후 연기자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방송을 안 한지 5~6년 된 것 같다.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말했다.

무속인 정호근.

정호근은 1983년 MBC 공채 17기로 데뷔한 배우다. 데뷔 초기에는 농촌 총각 같은 순박한 역할로도 많이 출연하기도 했다. 특히 전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는 충격적인 할복 장면을 선보여 크게 주목 받았다. 이후 1999년 방영된 드라마 ‘왕초’에서 고등계 형사 ‘아베’역을 맡아 호연하면서 이후로는 악역을 주로 맡았다.

갑작스럽게 신내림을 받게 된 계기는 건강상의 이유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신내림을 받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신내림을 받기 전부터 몸이 아프다는 반응을 나타낸다. 정호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방송에서 "건강하다고 자부했던 사람인데 배가 그렇게 아프더라.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아픈게 아니라 활동을 못할 정도였다"며 "어느날 누구를 만났더니 '올 때가 왔다. 내림을 해야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그가 결정적으로 신내림을 받기로 결정한 건 아이들 때문이었다. 그는 "밑으로 내려가는 건 가족이 있으면 자식일 거다. 그걸 어떻게 제가 허락을 하겠냐. 어느날 배가 너무 아파서 신당에 앉아 기도를 하는데 '우리 이제 간다'는 소리가 들리더라. '안 됩니다'라고 하고 엎드렸다"고 말했다.

기러기아빠로 살고 있던 정호근은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고 먼저 신내림을 받았다. 그는 "(아내가) 막 울더라. 혼자 일 저지르고 뭐하는 거냐고. 보름 동안 이해를 시켰는데 못 살겠다고 하더라. 이렇게 알게끔 이야기를 했는데 이혼하고 싶으면 하자고 했다"며 "아내가 침묵을 한 달 지키고는 전화가 왔다. 정말 잘못했다고, 응원하겠다고"라고 말했다.

무속인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는 연기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섭외가 안 오긴 하지만 기회가 오면 할 것"이라며 의욕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