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13일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해 직원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이성윤(58·사법연수원 23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13일 첫 출근길에서 침묵으로 일관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2년 후배인 그가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하게 되며 현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 강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그는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 지검장은 이날 오전 8시 56분쯤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정권 수사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자메시지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 묵묵부답했다. 이 지검장이 도착하기 직전인 오전 8시 50분쯤부터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 등 검찰 간부와 직원 10여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지검장은 차에서 내려 간부들과 악수하고, 꽃다발을 건네받은 뒤 곧장 사무실로 향했다.

이 지검장은 직전까지 검찰 인사·예산 업무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일했다. 조국과 유재수 사건, 청와대 선거 개입 사건 수사 등을 지휘해온 검찰 고위 간부들을 비(非)지휘 보직이나 지방 근무로 보낸 것도 그의 소관 업무였다. 법조계에서는 전국 최대 검찰청 사령탑에 앉은 그가 일선 수사팀의 수사에도 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는 조국 전 법무장관이 취임한 작년 9월 9일 강남일 당시 대검찰청 차장검사에게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조국 수사팀을 꾸리자"고 제안해 시민단체로부터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이 지검장은 검찰 고위 간부 인사 직전인 지난 7일에도 강 차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논란이 됐다. 법무부가 공개한 이 지검장의 문자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늘 관심을 주시고 도와주신 덕분에 그래도 그럭저럭 여기까지 왔다. 고맙고 감사하다. 평화와 휴식이 있는 복된 시간 되시길 기도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강 차장은 이번 인사로 대검 2인자에서 주요 사건과는 다소 거리가 먼 대전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야권에서는 '좌천 간부에 대한 조롱'이라고 지적했고, 법무부는 "개인간 문자가 정치적 공격 소재로 사용되는 사실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전북 고창 출신의 이 지검장은 경희대 출신 최초 검사장이다. 그는 2004년부터 약 2년 동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하며 노무현 청와대 특감반장을 맡았다. 박근혜 정부 때는 서울고검 검사로 있으며 금융위원회에 파견을 나갔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는 목포지청장으로 검·경 합동수사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대검 형사부장과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자리를 지냈다. 윤 총장과는 사법연수원 동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