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를 쓸 일이 거의 없는 아파트 1·2층 주민에게 노후 승강기 교체 비용을 다른 층 주민과 똑같이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7단독 이광열 판사는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 1층 주민 조모씨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장기수선충당금 균등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조씨 등 아파트 1·2층 주민에게는 장기수선충당금 인상분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장기수선충당금이란 아파트 보수 등을 위해 적립해두는 돈으로, 통상 관리비를 낼 때 함께 낸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작년 초, 낡은 승강기를 교체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입주민 설문 조사를 벌였다. 질문은 '아파트 1·2층 주민 48가구에 비용을 어떻게 부과하면 좋겠느냐'는 내용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262가구 중 142가구가 '균등 부과'를, 120가구가 '차등 부과'를 선택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입주자대표회의는 그해 5월 '노후 승강기 교체를 위해 매달 2만원이던 관리비를 모든 가구가 향후 5년간 똑같이 5만원으로 3만원씩 더 내도록 한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없기 때문에 1층 입주자가 승강기를 직·간접 이용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고, 2층 입주자는 승강기를 이용하더라도 3층 이상 입주자에 비하여 낮은 빈도로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입주자대표회의 설문 조사 방식도 문제로 지적했다. "아파트 1·2층 입주자는 48가구이고, 3층 이상 입주자는 251가구이기 때문에 다수가 균등 부과에 동의할 것으로 예측됨에도 불구하고 입주자 120가구가 차등 부과를 선택했다"며 "추가적인 의견 수렴이나 동의를 거쳐 합리적인 결정을 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