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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포(肉脯)는 예로부터 가장 귀하게 여긴 음식 선물 중 하나다. 일반 서민은 평소 맛보기조차 힘든 소고기로 만드는 데다, 냉장·냉동시설이 없던 과거 상하지 않게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혼례·환갑 등 잔칫상에도 반드시 올라갔다.

육포는 우리 옛 문헌에 꽤 많이 등장한다. 그 문헌에 기록된 내용을 종합하면 육포는 다양한 고기로 만들었다. 고기가 귀했던 시절이니 구할 수 있는 고기면 무엇이건 육포로 만들었던 듯하다. 사슴이나 노루 등 사냥을 통해서 얻는 들짐승 고기로도 만들었다. 간장에 재웠다가 말린 장포와 다진 고기를 양념해 말린 편포, 소금 간을 해 말린 염포가 있었다. 근현대로 올수록 재료는 소고기로, 양념은 간장으로 좁혀졌다.

소고기 여러 부위 중에서 우둔살이나 홍두깨살로 만들었다. 볼깃살이라고도 불리는 우둔살은 소 엉덩이 쪽 살코기로 덩어리가 크면서 고깃결이 거칠지 않고 지방이 거의 없는 100% 순 살코기라 육포 만들기에 이상적인 부위이다. 홍두깨살은 우둔살 옆에 길게 붙은 원통형 부위로, 우둔살과 마찬가지로 덩어리가 큰 편이고 지방이 거의 없다. 육포용으로 덩어리가 큰 부위를 선호하는 건 규격이 일정하면서 반듯한 모양의 육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이 없어야 하는 건 육포가 불에 굽지 않고 날로 먹기도 하는 음식인데, 불이 닿지 않은 지방은 딱딱해서 씹어서 소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육포를 만들려면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먼저 결 방향대로 얇게 포 뜬 고기를 하루 정도 물에 담가 핏물을 뺀다. 물은 자주 갈아줘야 한다. 고기를 건져 소쿠리에 밭쳐 12시간쯤 물기를 뺀다. 양념이 고기에 잘 배도록 물기를 철저히 제거해야 한다. 간장과 설탕을 기본으로 만드는 양념은 불고기와 비슷하다. 그 양념에 고기를 담근다. 양념이 고루 배도록 뒤적여 주는 작업을 빼먹으면 안 된다. 잘 양념 된 고기를 건조대에 펼쳐 말린다. 볕 좋은 봄이나 가을에는 하루면 마른다. 앞뒤 고루 마르도록 자주 뒤집는다. 반듯하게 펴고 모양 잡는 작업도 계속해준다. 손으로 만져봐서 잘 말랐다고 판단되면 육포를 거둬 바람이 통하는 그늘에서 하루 거풍하고 모양을 잡으면 드디어 완성된다. 사흘 꼬박 쉴 새 없이 매만져주면 비로소 완성된다.

햇볕과 바람으로만 말리는 전통 방식대로 만든 육포는 촉촉하면서도 부드럽다. 소고기 자체의 감칠맛은 그대로 남았지만, 누린내는 전혀 없다. 간간하면서도 달착지근한 양념이 소고기 풍미를 놀랍도록 살려준다. 불에 살짝 구워 꿀과 잣가루를 찍어 먹으면 기막힌 궁합이다.

전통적인 육포 제조법은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오래 걸려 대량생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요즘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육포는 대형 식품 건조기를 사용해 만든다. 이렇게 만든 육포는 씹기 어려울 만큼 딱딱하고 건조하다. 이런 물건만 먹어보고 "육포는 별로"라고 말하는 이들을 보면 답답하다. 제대로 만든 전통 육포를 선물해 맛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