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오는 31일 EU(유럽 연합)를 정식으로 탈퇴한다. 영국 하원 의회는 9일(현지 시각)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시행안에 법률적 효력을 부여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30표, 반대 231표로 통과시켰다. 영국은 2016년 6월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52% 찬성으로 브렉시트를 결정한 후 3년 7개월 만에 정식으로 EU를 떠나게 됐다.

영국은 당초 2018년 3월 브렉시트를 단행할 예정이었지만 의회 반대로 총 세 차례 연기됐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번 의회 통과를 위해 작년 12월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브렉시트를 내건 여당인 보수당이 압승하면서 이날 무난하게 하원의 과반수 동의를 이끌어냈다.

브렉시트는 영국 시각으로 오는 31일 밤 11시에 단행되며 즉시 영국은 EU에서 의사 결정권을 잃게 된다. EU 회원국은 28개국에서 27개국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개인과 기업은 올 연말까지는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급격한 변화로 인한 충격을 막기 위해 오는 12월 31일까지를 전환 기간으로 설정하고, 그때까지는 영국이 EU의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머무르기로 사전에 약속해뒀기 때문이다. 국경을 넘을 때의 이동 조건도 연말까지는 변함이 없다.

브렉시트 일자가 확정되면서 역설적으로 EU와 영국의 합의 없는 결별을 뜻하는 '노딜(no-deal) 브렉시트'가 벌어질 확률이 높아졌다는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31일 브렉시트 단행 후 11개월의 전환 기간에 EU와 영국이 향후 적용할 무역·이동 조건 등 미래 관계에 대해 새로운 협정을 맺어야 하지만, 시간이 모자라 합의 없이 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가 간 무역협정 협상은 2~3년 이상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EU는 전환 기간의 연장을 영국에 요구하고 있지만 존슨 영국 총리는 올 연말까지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전환 기간을 연장하려면 오는 7월 1일까지 영국이 EU에 요청해야 하며, 한 차례에 한해 최소 1년, 최장 2년 연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