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여객기 사고 사망자 중 이란인 다음으로 많은 숫자가 캐나다인이다. 사망자 176명을 국적별로 보면 이란 82명, 캐나다 63명, 우크라이나 11명, 스웨덴 10명, 아프가니스탄 4명, 영국·독일 각 3명이다. 특히 탑승객 중 138명의 최종 목적지가 캐나다였다고 한다.

왜 이란발 비행기에 캐나다인이 이렇게 많았을까. 이란계 캐나다인 탑승객 대부분은 학생 또는 연구원으로, 겨울방학을 맞아 고향에 왔다 캐나다로 돌아가기 위해 비행기를 탄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는 이란의 젊은 두뇌들이 선망하는 유학지다. 캐나다엔 이란계 캐나다인이 21만명에 달한다. 이번 사망자 중 캐나다 국적자의 상당수는 오래전 이란을 떠나 캐나다에 정착한 이중국적자로 추정된다.

캐나다와 이란을 잇는 항공편이 부족한 점도 피해를 키웠다. 양국은 직항편이 없다. 캐나다 CBC방송은 "다른 곳을 우회하는 항로 중 테헤란에서 우크라이나 키예프를 경유해 토론토까지 가는 우크라이나 국제항공은 여러 경유 옵션 중 가장 저렴하다"고 전했다.

캐나다 최대 도시 토론토의 멜 라스트맨 광장에서 9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고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사망자 중엔 갓 결혼한 신혼부부,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 앨버타대 대학원생 부부는 결혼식을 위해 이란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몬트리올에 신혼집을 마련한 또 다른 부부도 결혼식을 올리고 돌아가던 길에 숨졌고, 봉사에 관심이 많던 이란계 남매도 사망했다. 앨버타대 공대 교수 부부와 그들의 9세, 14세 된 두 딸도 사망자 명단에 포함됐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토론토대 6명, 윈저대 5명, 앨버타대 10명 등이 이번 사고로 사망했다.

캐나다 전역에선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관공서와 학교엔 조기(弔旗)를 게양했고, 트뤼도 총리는 9일 오타와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해 "깊은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고 했다. 이번 사망자 중 최소 30명이 거주했던 서부 도시 에드먼턴에서도 오는 12일 대규모 추모식을 열기로 했다. 토론토대 사회학과 교수 네다 막보울레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젊은 연구원들을 잃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