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시리즈의 마지막을 잘 만들기란 이토록 어려운 일일까. 8일 개봉한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감독 J.J에이브럼스)를 보고 나면 안타까운 탄식이 흐른다. 2015년 개봉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로 시작됐던 3부작의 마지막회에 해당하는 영화. 본래 연출을 받았던 콜린 트러보로 감독이 하차하고 스타워즈 팬들 사이에서 '쌍제이'라고 불리는 J.J. 에이브럼스 감독이 '깨어난 포스'(2015년)에 이어 다시 연출을 맡았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2017년)에서 포스의 힘을 깨닫고 제다이로 거듭난 레이(데이지 리들리)는 이제 어둠의 힘으로 은하를 지배하려는 카일로 렌(애덤 드라이버)과 대결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전작인 '라스트 제다이'는 일종의 혁명이었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포스는 스카이워커 가문 같은 명문가에서 태어난 자의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전작에서 레이는 보잘것없고 대단치 않은 부모에게서 났지만, 그 뿌리와 상관없이 미래는 새로 쓸 수 있었다.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그러나 이를 다시 뒤집는다. 모든 힘은 결국 스카이워커에게서 나온다. 선택받지 못한 자는 우주를 다스릴 수 없다. 누군가는 이를 계승이라고 할 것이나, 다른 누군가는 전작에 대한 배신이라고 할 것이고, 또 다른 이는 그저 무난한 선택이라 할 것이다.

시각 효과만큼은 대단하다. 광선검이 부딪칠 때마다 물보라가 일고 세상이 뒤집힌다. 스타워즈 팬이 아니라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없음도 잊지 말 것. 단지 눈이 즐거운 SF 영화 한편을 보려는 이가 이 영화를 천진하게 골랐다면 141분 동안 깊은 시험에 들 수 있다.

전시 | 문성식 개인전

흰 장미 위에 나비가 앉아 있고 그 사이를 참새 한 마리가 날아다닌다. 그림은 서정시처럼 포근해 보이나 자세히 살피면 흰 장미꽃 절반 가까이 검게 시들어 있다. 검정 바탕에 제소(Gesso)를 바르고 날카로운 도구로 긁어낸 뒤 다시 구아슈로 채색했기 때문이다. 우연과 의지가 혼재한 선과 색이 여린 생명의 미동으로 되살아난다. 아름답고 추하며 묘한 것, 제목이 '그냥 삶'(2019)이다.

화가 문성식(40)씨의 개인전 '아름다움. 기묘함. 더러움'이 서울 국제갤러리에서 19일까지 열린다. 200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최연소 참여 작가가 수행한 자연 섭리에 대한 명상이 펼쳐진다. 무료.

넷플릭스 | 드라큘라 2020년 '드라큘라'가 넷플릭스에서 3부작 드라마로 부활했다. 영국 BBC와 넷플릭스 공동 제작. 믿고 본다는 영국 드라마 '셜록' 제작진이 각본가와 총괄 제작자 등으로 참여했다. 1897년 발표한 브램 스토커의 고딕 호러 소설 '드라큘라'가 원작. 초반부는 원작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가 진행된다. 기괴하면서도 아름답고, 잔혹하면서도 매혹적이다. 다만 드라큘라와 대적하는 역할은 중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었다. 애거사 반 헬싱 수녀가 그 주인공. 애거사는 드라큘라 못지않은 기세로 시종일관 맹렬하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배경을 현대로 옮긴 후반부는 새로운 해석을 더한다는 점에서 흥미롭지만, 서사보다는 캐릭터만 남아 다소 아쉽다.

뮤지컬 | 보디가드 휘트니 휴스턴을 스크린에 각인시켰던 영화 '보디가드'(1992)의 뮤지컬 버전. 우리나라엔 2016년 첫선을 보였고, 3년 만의 재공연이다.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다음 달 23일까지 화려한 무대를 펼친다. 총 15곡 중 휴스턴의 곡이 9곡일 만큼 이 뮤지컬은 휴스턴의 주크박스에 가깝다. 초연 때도 주인공인 수퍼스타 레이철을 맡았던 배우 손승연은 탄탄한 성량과 안정적인 고음 속에서 자유자재로 기교를 구사한다. 노래가 레이철에게만 집중되다 보니 이야기 형식으로 꾸민 콘서트처럼 보이는 면은 조금 아쉽다. 이번 주말 레이철이 되는 디바는 박기영(11일 오후 3시), 김선영(11일 오후 7시 30분), 손승연(12일 오후 2시) 등 세 사람이다.

콘서트 | 에일리

나쁜 남자에게 실연당했을 때 그의 노래를 들으면 치유가 된다. 상대방 뺨을 대신 때려줄 것 같은 폭발적인 가창력을 지닌 가수 '에일리'다. 그의 별명은 '구남친 퇴치 전문가'. 가사까지 후련한 '보여줄게', '손대지마' 등을 '한국의 비욘세'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춤과 함께 볼 수 있다. 개그맨 안영미도 예전 남자 친구와 헤어졌을 때 매일 밤 에일리 노래를 들으며 위로받았다고 한다.

에일리의 겨울 연금송(매년 일정 시기가 되면 사람들이 찾아 저작권료가 연금처럼 나오는 노래)이 된 도깨비 OST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데뷔곡 ‘Heaven’을 들을 때면 전혀 다른 사람의 목소리 같다. 11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