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수도 테헤란 외곽에서 추락한 우크라이나항공 소속 여객기의 사고 원인이 이란이 보유한 지대공 미사일 2대에 의한 우발적 피격으로 결론지어지는 모양새다.

9일(현지 시각) CNN과 뉴욕타임스(NYT), 폭스뉴스 등 외신들은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의 미사일 2대에 의해 우발적으로 격추된 데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보도했다.

8일(현지 시각) 사고가 발생한 우크라이나 항공 소속 보잉 737-800여객기의 모습.

CNN은 당시 사항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의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SA-15) ‘토르’ 두발에 의해 격추됐다고 보도했다. 미 분석가들은 이란의 관련 레이다 신호 자료를 발견 한 뒤 하루동안 검증 작업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지난 2005년 12월에 체결된 7억달러(약 8141억원) 상당의 무기 계약의 일환으로 2007년 이란에 29기의 토르 미사일을 인도했다. 이란은 군사 퍼레이드 도중 이 미사일을 과시하기도 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9일 약 19초 분량의 동영상을 입수해 공개하며 "우리가 확보해 검증한 영상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여객기는 이륙한 후 몇 분만에 피격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영상은 CNN에도 보내졌다.

해당 영상을 보면, 8일 아침 테헤란 상공으로 발사된 미사일이 공중에서 비행 중이던 물체로 날아가 맞추는 장면이 나온다. 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가 이륙 직후 추락한 것과 비슷한 시점이다.

CNN은 영상에 등장한 건물들을 근거로 해당 영상이 테헤란 인근 파란드(Parand)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했다. 사고 여객기는 여기서 조금 북쪽으로 떨어진 곳에 추락했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영상의 진위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추락한 항공기가 이란의 레이다망에 포착된 후 "이란에 의해 격추됐다는 것에 높은 수준의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미국 정부는 이란이 실수로 해당 여객기를 격추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9일 이번 사고와 관련해 "의심 가는 부분이 있다"면서 "(추락 항공기가) 험악한 상황에서 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 실수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WSJ은 덧붙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각각 수집한 관련 정보를 근거로 해당 여객기가 이란의 우발적인 미사일 공격으로 추락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뉴욕타임스와 CNN이 입수한 우크라이나 항공기 피격 당시 추정 영상.

‘미사일 격추설’의 중요한 근거 중 하나는 항공기 잔해가 추락 현장에 넓게 퍼져 있었다는 점이다. 이란의 주장처럼 엔진 고장으로 추락했다면 잔해가 그렇게 넓게 퍼져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란 당국은 사고 직후 엔진에서 불이 나 여객기가 추락했다는 초기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앞서 지난 8일 이란 테헤란 부근에서 추락한 우크라이나 인터내셔널 항공(UIA)의 보잉 737-800 기종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13발의 미사일을 이라크 미군 기지 두 곳을 향해 발사한 지 5시간 뒤에 이륙했다.

우크라이나 여객기는 이륙 후 고도를 해발 2400m 정도로 끌어올리고 나서 갑자기 레이더에서 사라진 지 2분 만에 추락했다. 모두 176명이 숨졌다. 이란이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사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미군기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지 몇 시간 뒤 추락했기 때문에 이란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다는 의혹이 끊임 없이 제기됐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과거에도 국가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여객기가 피격된 사례가 3번이나 있있고 우발적인 피격으로 수백명이 사망한 사례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과거에도 말레이시아와 이란뿐 아니라 냉전 시대 한국 여객기 또한 미사일에 격추된 비극적인 사례가 있었다"면서 "주로 국가간 긴장이 고조된 기간 동안 발생했고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