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 세계 1위의 천연가스와 원유 생산국이다. 우리는 이제 중동 석유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가진 대국민 성명에서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와 관련, "테러리스트가 미국인 생명을 위협하는 것을 중단하기 위한 단호한 결정이었다"면서도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이제 미국은 중동에서 다양한 옵션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가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을 승인한 이유가 최근 경제 환경 변화와도 연관돼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는 전문가 분석도 나왔다. 2017~2019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특별보좌관을 지낸 조셉 설리번 린지그룹 수석고문은 7일 포린폴리시닷컴 기고에서 "미국이 2019년 9월 석유 순(純)수출국이 되면서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을 통한) 유가 폭등 위협이라는 이란의 '비대칭 무기'가 무력화됐다"고 했다. 이어 이란이 역사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싸우고 있는 탓에 트럼프가 전임자들보다 훨씬 유리한 카드를 쥘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솔레이마니 제거는 전임 대통령인 오바마·부시도 고려했지만 실행하지는 않았던 카드다. 그런데 트럼프가 셰일가스 생산으로 미국이 더는 중동 석유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현재 상황 덕에 솔레이마니 제거를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설리번은 "트럼프는 미국 경제에 드리워진 '다모클레스의 칼' 없이 중동 외교정책을 수립할 기회를 가진 최초의 현대 미국 대통령"이라고 했다.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다모클레스의 칼은 권좌 위에 매달린 칼로 제왕의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를 뜻한다.

한편 경제 불안이 심해지고 있는 이란은 미국에 보복할지, 아니면 국내 안보를 지킬지 중 한 가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에 추가 보복을 시도한다면 작년 11월 이란 내 반(反)정부 시위를 몰고 온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돼 정권마저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18년 이란중앙은행은 6개월간 물가가 두 배 이상 올랐다고 발표한 이래 물가상승률 공개를 중단했다. IMF에 따르면, 이란의 2019년 GDP는 전년보다 9.5% 감소했다. 인플레 고통을 줄여줬던 유류보조금의 폐지로 촉발된 작년 11월 시위 때, 이란 정부는 유류보조금 폐지 이유를 밝히며 300억달러에 달하는 재정 적자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