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국내에서도 첫 의심 환자가 발생한 중국 우한(武漢)의 원인 불명 폐렴이 신종(新種)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중국 관영 매체들이 중국 정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2015년 국내에서 37명이 숨졌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중국 관영 CCTV는 9일 폐렴 원인 분석에 참여한 관계자를 인용해 "7일까지 진행된 초기 조사 분석 결과 환자 15명에게서 같은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신형 폐렴이 중국에서만 59명(5일 기준) 발생한 미스터리 폐렴의 원인인지 확정하려면 모든 환자에게서 같은 바이러스가 검출돼야 한다.

◇사스·메르스 일으켰던 코로나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겨울철 감기의 원인이 되는 흔한 바이러스다. 사람·동물 모두 감염되는데 지금까지 6종이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한발 폐렴 원인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확정되면 일곱 번째가 된다.

원인불명 폐렴 검사 중인 보건환경연구원 - 9일 경기도 수원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생물안전밀폐실험실에서 중국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원인 불명 폐렴과 관련된 검사를 하고 있다. 우한 방문 후 14일 이내에 발열과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질병관리본부 등에 신고해야 한다.

다만 지금까지 발견된 코로나 바이러스 중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를 제외한 나머지 바이러스 4종은 가벼운 감기 증세만 일으켜 치명적이지 않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사망자가 나오지 않고 감염자가 폭증하지 않고 있다는 걸 보면 사스·메르스와 달리 사람 간 감염 가능성은 매우 작고 비교적 덜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보인다"고 말했다.

◇첫 의심 환자 상태 호전

국내 첫 의심 환자인 중국인 여성 A(36)씨는 동탄성심병원에서 폐렴이 확인된 직후인 7일 오후 9시 30분부터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이 있는 경기도 성남시 소재 분당서울대병원에 격리돼 있다. 격리 사흘째인 9일 오후 찾은 분당서울대병원 3층 응급실 부근에 위치한 39병동은 외부인과 가족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A씨는 39병동의 9개 병상 가운데 1개 병상을 쓰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제때 식사를 하고 있고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작년 12월 13~17일 A씨와 우한시 출장을 함께 다녀온 회사 동료, 동탄성심병원 의료진 등 A씨 접촉자 29명은 현재 발열이나 폐렴 등 특이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질본에 따르면, A씨는 사스, 메르스를 포함한 6종의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 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다. 일주일 내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원 질본 진단관리과장은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는 하루면 확인되지만, 신종 바이러스라면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심 증상 있으면 질병관리본부 연락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 당국은 우한 폐렴이 사람 간 전염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WHO 서태평양 지역사무소는 9일 중국 보건 당국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여행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 폐렴의 정체가 아직 불분명한 만큼 질병관리본부와 감염내과 전문가들은 주의를 당부했다.

질본은 "의심 증상이 생기면 질병관리본부 콜센터(국번 없이 1339)로 연락하라"고 했다. 병원 이동 과정에서 많은 사람과 접촉하는 '수퍼 전파자'가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질본은 우한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직항편 입국 승객 전원에 대해 발열 조사를 하고 있다. 다만 잠복기 환자는 발열 조사로 확인할 수 없어 빈틈이 생길 수 있다. A씨도 우한에 다녀온 이후로 14일째까지 의심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탄 한림성심병원은 7일부터 우한을 다녀온 호흡기 질환자는 별도 출입 통로가 있는 '응급실 선별진료소'를 이용하라는 안내문을 곳곳에 붙여뒀다. 그러나 영문·중문 안내문은 따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