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법무부의 검찰 인사 발표를 앞두고 열렸던 검찰인사위원회에서 인사위원들이 "오늘 회의에 앞서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의견 청취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성윤 검찰국장이 회의를 강행한 것으로 9일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후배로 검찰 고위 인사 중 대표적 친문(親文) 인사로 꼽히는 이 국장은 인사위 이후 발표된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법조계에서는 "이 국장이 '셀프 인사'를 강행한 것" "윤석열 검찰총장을 바로 옆에서 견제하려는 정권의 포석(布石)"이라는 말이 나왔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8일 오전 11시 열린 인사위에서 가장 먼저 이의를 제기한 것은 강남일 대검 차장이었다고 한다. 그는 검사 보임 시 검찰총장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검찰청법, 중간 간부에 해당하는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의 필수 보직 기간을 1년으로 정한 '검찰인사규정' 등을 근거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은 다음 회의를 여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들도 이에 동의하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국장은 "(인사위 인사안을 통과시킨 다음) 나중에 검찰총장 의견을 들어도 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이 국장은 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현 정권 출범 이후 검찰 핵심 요직인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과 검찰국장을 연달아 거쳤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으로 파견돼 당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을 보좌했다. 윤 총장과는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결국 인사위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지켜 인사안을 제청하라"고 권고하며 회의를 끝냈다. 법무부는 그러나 이날 검찰총장 의견 수렴 없이 인사를 단행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국장이 오는 13일 서울중앙지검장에 부임하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정권을 향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강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 검찰 간부는 "대검 반부패부장 시절 이 국장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청와대에 직보(直報)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고 했다.

이 국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는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이해 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국장과 김오수 법무차관은 지난해 9월 조국 전 장관 취임식 직후 당시 강남일 대검 차장, 한동훈 대검 반부패부장에게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조국 수사팀을 꾸리자"고 제안한 사실이 드러나 한 시민단체로부터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당해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