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야권 통합' 추진 의사를 밝혔다가 당내 반발에 부딪혀 주춤하고 있다. 새보수당이 황 대표에게 요구한 '탄핵의 강을 건너, 개혁 보수를 앞세워, 새집을 짓자'는 통합 3원칙에 대해 한국당 내 일부 친박계가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보수당 유승민 의원은 "3원칙을 배척, 부정하는 세력과는 손잡을 수 없다"고 했다. 야권 통합의 또 다른 대상으로 거론되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는 "야권은 통합이 아니라 혁신이 우선"이라고 하고 있다.

야권 논쟁의 본질은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에서 통합을 이루겠다는 신경전이다. 야권 지도자들은 대선까지 내다보며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해 말 정권은 나라의 기본 틀인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야당 반대를 짓밟고 강행 통과시켰다. 독재 시대에도 없던 횡포를 부렸지만 사분오열된 야권은 제대로 저항조차 못 했다. 국론은 두 동강 나고, 외교 안보는 건국 이래 최대 위기이고, 경제지표는 빨간불인데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자화자찬만 했다. 정권의 선거 공작과 실세들의 비리 은폐가 드러났는데도 사과 한마디 없었다. 정권이 마음먹고 폭주하는 이유는 갈라져 지리멸렬하는 야당을 얕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야당이 있어 총선에서 심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 정권이 이렇게까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집권 세력의 안하무인격 일방 독주에 분노하고 불안해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정권의 도를 넘는 행태에 대해 일정 정도 견제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런 민심이 흐를 통로가 보이지 않는다. 야권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둘러싼 찬반 논쟁 속에서 여전히 헤어나오지 못하고 자신들끼리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이 분열을 극복하지 못해 정권 견제 심리를 담아내는 데 실패한다면 두고두고 국민의 지탄을 받을 것이다.

한국당은 이미 야권 통합추진위를 외부에 만들어 당 간판을 내리고 통합 신당을 만들 수 있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런 마당에 새보수당의 통합 조건을 못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새보수당도 한국당의 굴복을 받아내겠다는 자세로만 버텨서는 곤란하다. 정권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를 막아내기 위해 사사로운 이해타산은 다 내려놓겠다는 자세로 통합에 임해야 한다. 그것이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국민이 야권에 전하고 싶은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