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부터 이어진 최악의 화재로 호주 전역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CNN과 AP 등에 따르면 5일(현지 시각) 현재까지 최소 24명이 숨졌고 20명이 실종됐다. 2000가구 이상이 잿더미가 됐다. 섭씨 48.9도의 이상 고온과 강한 바람이 불쏘시개가 되면서 135곳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호주 사상 최대 규모인 육해공 병력 3000여명이 진화 작업에 투입됐지만 이 중 70곳에선 화마가 잡힐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미 서울시의 100배 면적인 600만㏊(6만 ㎢)가 불탔다. 화재 지역에서 날아온 오염 물질들로 시드니 등 대도시 공기는 잿빛으로 변했고, 식수가 오염되는 등 간접 피해도 심각하다. 또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 등 야생 동물 5억 마리가 폐사했다.

호주 캥거루섬에서 7일 야생동물 구조대원이 산불 속에서 코알라를 구조해 나오고 있다.

호주의 상징 코알라도 멸종 위기에 놓였다. 코알라는 호주에만 서식하는 동물로, 야생에서 7만5000여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이번 화재로 3만300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추산된다.

호주 생태학자들과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번 화재로 코알라가 '기능상 멸종(functionally extinct)' 상태가 됐다고 보고 있다. 이는 인간의 도움 없이는 독자적으로 먹이를 찾을 수도, 자연 속에서 번식하며 생존할 수도 없는 상태를 뜻한다.

다른 동물보다 코알라의 피해가 유독 큰 것은 움직이기를 싫어하고 느릿느릿한 코알라의 습성, 그리고 코알라의 주식인 유칼립투스 나무의 특성 때문이라고 호주 생태학자들은 말한다. 태즈메이니아 대학의 데이비드 보먼 화재연구센터장은 "유칼립투스 잎에선 가연성 오일이 분비되기 때문에 불이 붙으면 나무가 폭발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불길이 붙어도 코알라는 나무 위로 올라갈 뿐 재빨리 자리를 피하지 않는다"고 했다.